(조제신랑 투고...)


 시간순서상 폼페이와 아말피를 다녀온 뒤의 이야기지만 나폴리에 대해 쓰는김에 나폴리를 우선 끝내고 다음장소를 쓰도록하겠다.


 우리가 머문 숙소에는 가스렌지가 있었기 때문에 나폴리를 거점으로 3박을 머물르는 동안 몇 번인가 슈퍼마켓에서 재료를 사서 요리를 해먹었다. 이탈리아의 장바구니 물가는 생각보다 상당히 저렴한듯 하다. 슈퍼의 식료품가격은 한국보다 싼 느낌. 다만 외식비용은 확실히 비싸다. 그러나 나폴리의 피제리아들은 예외였는데 덕분에 나폴리에 있는 동안 피자를 많이 먹었다.



 스파게티와 피자의 원조에 관해서는 논쟁의 여지가 있지만 토마토소스 / 봉골레 스파게티와 그리고 화덕피자의 원조는 나폴리라는 설이 가장 설득력이 있다. 케찹으로 맛을 내는 나폴리탄 스파게티는 일본에서 탄생한 요리이므로 헷갈리지 않게 주의할것. 현재는 이탈리아 전역에서 만날 수 있는 피제리아들은 나폴리에서 시작 된 것이니 피자의 나라인 이탈리아에서도 나폴리야말로 피자의 본고장이라 할 수 있겠다.


 그중에서도 나폴리를 대표하는 피자는 마르게리따 피자다. 이탈리아 왕비이름을 딴 것인데, 19세기 후반 나폴리를 방문한 움베르토 1세, 마르게리따 왕비에게 한 피자 장인이 바질, 토마토, 모짜렐라 치즈 토핑으로 이탈리아 국기색을 나타내는 피자를 만들어 바쳤고 마르게리따 여왕은 이 피자를 매우 마음에 들어했다고 한다.



 마르게리따 피자가 탄생한 가게가 바로 이곳 브란디(BRANDI). 많은 한국인 여행자들이 찾고 있다. 레알레 궁전과 플레비시토 광장 사이 골목에 위치해있다. 이곳은 1.3유로 정도의 자리세를 별도로 받으므로 주의할 것. 마르게리따 피자 외에도 마늘과 토마토,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유, 바질 등을 토핑으로 얹는 마리나라 피자도 나폴리를 대표하는 피자로 유명하다.


 미국식 피자같은 변형된 피자의 유행속에서 정통 나폴리 피자를 보존하기위해 설립된 나폴리 피자 협회 (Associazione Verace Pizza Napolitana : AVPN)에서는 나폴리 피자의 8가지 조건을 제시하고 있다.

①전기/가스 화덕 금지, 반드시 참나무 장작화덕을 사용할 것.

 ②온도는 485℃로 할 것.

 ③형태는 지름 35센치이하의 둥근 모양일 것.

 ④피자 반죽은 반드시 손으로 할 것.

 ⑤반죽 두께는 2cm 이하일 것.

 ⑥피자의 가운데는 두께 0.3cm이하 일 것.

 ⑦촉감이 쫄깃하고 부드러우며 쉽게 접힐것.

 ⑧토핑은 이탈리아산 토마토 소스와 치즈를 사용할것.




 이렇게 만든 피자는 스모키한 향이 나고 겉은 바삭하며 속은 쫄깃하다. 90초 정도로 단시간에 구워내지만 얇은 피자를 485도의 고온에 구으니 군데군데 탄 것 같은 자국이 생기는건 어쩔 수 없다. 나폴리에서는 대충 어딜가도 맛있고 저렴한 피자를 먹을 수 있지만 진정한 나폴리 피자를 맛보고 싶다면 인증 마크가 있는 가게를 찾아가도록 하자.



 우리가 나폴리에서 마지막으로 방문한 곳은 국립 고고학 박물관(Museo Archeologico Nazionale)이다. 나폴리 메트로의 지하철 뮤제오 역(Museo)에서 내리거나 트랜이탈리아의 카보어역(Cavour)에서 5분정도 걸어가야 한다. 폼페이, 헤르쿨라네움, 스타비아 등 베수비오 화산 폭발로 화산재에 뭍혀버려 있던 고대유물들을 다수 소장하고 있어서 세계적으로 그 중요성을 상당히 인정받고 있는 박물관이다.






  상설전시품은 아닌것 같지만 배트맨이랑 요다가 여기저기서 보였다. 무슨경위로, 무슨의미로 이런 전시를 하는건지 알 수 없었지만 흥미로웠다.


 이 박물관에는 파르네제 콜렉션이라 불리는 그리스, 로마시대의 작품들, 이집트 미술품들도 전시되어 있다. 그러나 나폴리 국립 고고학 박물관을 다른곳과 차별화 시키는 가장 큰 요인은 폼페이 유물들일것이다. 





 특히 작은 돌들을 붙여서 만든 모자이크 작품들이 많은데 모자이크로 다양한 사람, 동물, 사물을 표현하고 있다. 돌을 붙여서 만든것이라고는 생각이 안될만큼 섬세하다.



 폼페이에서 출토된 모자이크 작품중에서도 가장 인상적이고 거대한 작품이 바로 "알렉산더 대왕과 다리우스의 싸움"이다. 안젤리나 졸리가 출연한 영화 알렉산더 (Alexander, 2004년)의 도입 장면에도 등장하는 작품. 가로길이가 거의 6m에 달하는 대형작품이다. 모자이크임에도 표정묘사가 매우 정교하다. 알렉산더 주위 부분이 심하게 손상된것이 아쉽다.


 이 박물관에는 비밀의 방(Gabinetto Segreto) 이라는 것이 있다. 이곳은 때때로 문이 닫혀 있는데 우리가 갔을때는 마침 개방되어 있어서 둘러 볼 수 있었다. 주로 폼페이에서 출토된 19금스러운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는데 굉장히 평범하고 건전한 성가치관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는 경악스러운 장면들을 묘사하고 있다.

 이러한 사진들을 보는것이 불편한 사람들은 뒤로가기를 살포시 누를것.












 너무 빡빡하게 돌아보지 말고 여유롭게 볼 수 있는곳만 보자는 마음으로 둘러봤더니 나폴리에서 봐야 할 것을 반도 못보고 온 것 같다. 나폴리뿐만 아니라 이탈리아에서 못보고 놓치고 온 것들은 나중에 찾아가서 꼭 봐야할 숙제같은 것으로 마음속에 남아있다. 빈이가 언능 자라서 자기짐은 베낭에 넣고 걸어다닐 수 있는 나이가 되면 엄마아빠의 즐거운 추억이 있는 이탈리아의 도시들을 같이 여행하고 싶다.


** 방문시점은 2016년 5월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