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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을 재우고 나면 밤 열한 시가 다 된다.

그제야 겨우 내 시간이 시작된다.

오늘은 침대에 누워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훑다가 반가운 이름을 발견했다.

 

 

"보아"라는 두 글자였다.

순간 손가락이 멈췄다.

제목만 보고도 어떤 얘기일지 짐작이 갔다.

요코하마 파시피코, 아직 여운이 남은 그 무대

지난 9월 20일, 보아의 "BoA the LIVE 2026" 투어가 파시피코 요코하마에서 막을 내렸다.

올해는 보아의 일본 데뷔 25주년이자, "BoA the LIVE" 공연 시리즈 20주년이 겹치는 해라고 한다.

계산해보니 2001년에 일본 데뷔를 했다는 뜻이었다.

 

투어는 9월 12일 후쿠오카국제회의장에서 시작해, 19일 오사카 Zepp Namba를 거쳐 20일 요코하마에서 마무리됐다.

보도를 찾아보니 밴드의 생연주를 중심으로 꾸린 무대였다고 한다.

"우리 동네에서 이런 공연이 있었다니" 싶어 조금 아쉬웠다.

퇴근길에 파시피코 요코하마 앞을 지나칠 때마다 대형 현수막이라도 걸려 있었으려나, 괜히 상상해봤다.

그리고 오늘, 고베에서는 SS501이 무대에 선다

검색을 이어가다 보니 또 다른 소식이 나왔다.

SS501 출신 김현중, 허영생, 김규종이 결성한 유닛 "FIVE O ONE"의 일본 투어 소식이었다.

정식 투어명은 "2025-26 FIVE O ONE : 20th Anniversary World Tour in JAPAN"으로, 마침 함께 진행하는 "한류피아 20주년"과도 겹쳐 있었다.

 

이번 일본 투어는 9월 11일과 13일 도쿄 아리아케 공연으로 시작해, 바로 오늘과 내일인 9월 26일과 27일에는 고베문화홀과 오사카 오릭스극장에서 공연이 이어진다고 했다.

투어 부제는 "星を待つ", 우리말로 옮기면 "별을 기다리며"라는 뜻이었다.

2000년대 초반 즐겨 듣던 노래들이 떠올라 혼자 피식 웃었다.

콘서트 무대 조명

사진: Pexels (무료 라이선스)

올해 유독 "20주년", "25주년"이 많은 이유

찾다 보니 올가을 일본에서 열리는 케이팝 관련 공연이 유독 많았다.

10월에는 카라가 요코하마 BUNTAI에서 팬콘서트를 여는데, 내년으로 다가오는 한국 데뷔 20주년을 앞두고 준비하는 자리라고 한다.

11월에는 동방신기의 윤호가 마흔 살 생일을 기념해 요코하마 아레나에서 첫 솔로 콘서트를 연다.

같은 달 말에는 빅뱅이 데뷔 20주년 월드투어로 오사카 교세라돔 무대에 오른다.

 

1세대, 2세대 아티스트들의 데뷔 시점이 공교롭게 올해와 내년에 몰려 있다는 걸 이제야 알았다.

"그러고 보니 다 내가 학생 때 즐겨 듣던 팀들이잖아" 싶어서 신기했다.

한 명 한 명 따져보니 얼추 시기가 다 맞아떨어져서 혼자 신기해했다.

그러고 보니 나도 그 시절을 지나온 사람이었다

학생 때는 이 노래들을 이어폰으로 몰래 듣곤 했다.

그때는 이렇게 20년, 25년이 지나서도 같은 이름을 검색하고 있을 줄 몰랐다.

지금은 이어폰 대신 아이들이 잠든 방에서 소리를 최대한 줄이고 듣는다는 것만 달라졌다.

 

아, 근데 다시 생각해보니 그때 듣던 노래 제목은 가물가물해도 멜로디는 이상하게 또렷이 기억났다.

요즘 넷플릭스 재팬은 조금 다른 그림이다

혹시나 해서 일본 넷플릭스 순위도 찾아봤다.

9월 25일 기준 일본 넷플릭스 영화 톱10을 보니 상위권은 일본 자체 콘텐츠가 대부분이었다.

드라마보다는 이런 라이브 공연 쪽으로 한류 소비가 옮겨가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순위는 매주 바뀌니 다음 주는 또 다를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래도 오늘만 놓고 보면 화면보다 무대 쪽이 확실히 더 뜨거운 느낌이었다.

퇴근도 육아도 끝난 밤에야 켜지는 화면

아무튼 오늘 밤엔 이 정도로 검색을 마무리하기로 했다.

티켓 가격을 슬쩍 찾아봤더니 역시 만만치 않았다.

"다음에 아이들이 좀 더 크면 콘서트장에 가볼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잠깐 들었다.

 

대신 유튜브에서 지난 공연 영상 몇 개를 찾아 이어폰을 꽂았다.

화질은 흔들리고 소리도 완벽하지 않았지만, 이 정도로도 오늘 밤은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콘서트장 조명과 빛

사진: Pexels (무료 라이선스)

이 글을 마치며

보아의 요코하마 피날레부터 오늘 고베의 SS501 무대까지, 올가을 일본은 케이팝 라이브로 유독 뜨거운 것 같다.

혹시 이번 가을 투어를 직접 보러 가신 분이 있다면, 현장 분위기가 어땠는지 댓글로 살짝 들려주시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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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아침 여섯 시, 스마트폰 알림 소리에 눈을 떴다.

재해 정보 앱에서 온 알림이었다.

"가나가와현 대우 경보 발표 가능성"이라는 문구를 보자마자 잠이 확 깼다.

 

 

아들이 아직 코를 골며 자고 있는 방문 틈으로 빗소리가 들렸다.

딸은 이불을 발로 걷어차고 자고 있었다.

일단 창문부터 확인하러 갔다.

토요일 아침, 알림 하나에 심장이 철렁했다

확인해보니 진짜였다.

일본 기상청은 9월 25일, 치바현과 가나가와현 동부를 대상으로 대우 경보와 토사재해 경보가 발표될 수 있다고 예보했다.

내가 사는 요코하마도 포함되는 지역이라 남 일 같지가 않았다.

 

"주말이라 그나마 다행이다" 싶다가도 곧 생각이 복잡해졌다.

비가 이렇게 길게 이어지면 월요일 등교는 괜찮을지 걱정이 앞섰다.

일단 습관처럼 지자체 방재 지도부터 다시 열어봤다.

왜 하필 이 시기에? 태풍26호의 그림자

원인을 찾아보니 태풍26호가 있었다.

9월 27일 오전 3시경, 태풍26호가 미야코섬 동남동쪽 약 220킬로미터 지점을 지날 것으로 예보됐다.

태풍 주변의 따뜻하고 습한 공기가 규슈에서 도호쿠 남부까지 걸쳐 있는 정체전선으로 흘러들면서 비구름을 더 키운다는 설명이었다.

 

기상 뉴스에서는 이 전선이 9월 26일부터 29일경까지 정체할 거라고 했다.

"나흘씩이나"라는 생각에 한숨이 나왔다.

주말 내내 세탁물을 밖에 널 수 없겠다는, 조금은 사소한 걱정도 함께 밀려왔다.

비 오는 날 도시 거리 풍경

사진: Pexels (무료 라이선스)

태풍25호, 사실 아직 끝난 이야기가 아니었다

기사를 더 찾아보다가 조금 무거운 숫자를 봤다.

얼마 전 지나간 태풍25호로 사망자가 10명, 치바현과 가나가와현에서 실종자가 4명 발생했고, 피해 건물이 600동을 넘었다고 한다.

일부 지역에서는 24시간 누적 강수량이 686.5밀리미터에 달했다는 기록도 있었다.

 

도로 곳곳이 침수돼 우회가 필요했고, 그 영향이 9월 22일까지도 이어졌다는 내용도 있었다.

숫자를 읽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무거워졌다.

뉴스에서는 이렇게 이미 피해를 입은 지역은 지반이 약해지고 배수 기능도 떨어져 있어, 평소보다 적은 비에도 토사재해나 침수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우리 동네에서 멀지 않은 미우라반도 이야기

특히 미우라반도 쪽은 26일 새벽부터 비가 시작되면서 토사재해 주의보가 나올 수 있다고 했다.

요코하마에서 그리 멀지 않은 지역이라 지도를 한참 들여다봤다.

가나가와현 재해 정보 사이트에 들어가 우리 동네 위험 구역 여부도 다시 확인해봤다.

 

다행히 지도상으로는 위험 구역에 걸쳐 있지 않았지만, 안심이 되기보다는 오히려 더 자세히 들여다보게 됐다.

이럴 땐 차라리 필요 이상으로 확인하는 편이 마음이 편하다.

요코하마 시내 항구 전경 드론 사진

사진: Pexels (무료 라이선스)

기온까지 뚝, 도쿄 최고 22도라는 숫자

비 소식만큼 놀란 게 기온이었다.

도쿄 최고기온이 22도까지 떨어진다고 했다.

전날보다 확 낮아진 수치였다.

 

아직 9월인데 벌써 가을 옷을 꺼내야 하나 싶었다.

아들과 딸의 겉옷부터 확인하러 옷장을 열었다.

여름 내내 넣어뒀던 얇은 가디건을 꺼내면서 계절이 벌써 이렇게 됐나 싶었다.

그렇지 않아도 장바구니 물가 때문에 마음이 복잡했는데

사실 요즘 날씨 말고도 신경 쓰이는 게 있었다.

이번 9월에만 식품 4,531개 품목이 가격 인상됐다는 통계를 얼마 전에 봤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 월별 인상 품목 수로는 가장 많은 수치라고 했다.

 

간장 같은 조미료부터 콜라, 냉동식품까지 품목도 다양했다.

장바구니 물가에 날씨 걱정까지 겹치니 이래저래 마음이 바빠지는 요즘이다.

"그래도 어쩌겠나, 하나씩 챙기는 수밖에" 하고 마음을 다잡았다.

그래서, 우리는 이번 주말을 이렇게 보내기로 했다

일단 오늘은 밖에 나가지 않기로 했다.

대신 재해 정보 앱과 가나가와현 재해 정보 사이트를 즐겨찾기에 추가해뒀다.

1. 근처 하천 수위 정보 확인하기

2. 아이들 우비와 장화 미리 꺼내두기

3. 월요일 등교 전 아침에 기상 정보 다시 확인하기

 

아, 근데 다시 생각해보니 얼마 전 학교에서 온 방재 안내문에도 비슷한 내용이 있었던 것 같아 서랍을 뒤져 다시 찾아봤다.

"이 정도로 준비해두면 되겠지" 싶으면서도 마음 한켠은 여전히 조마조마했다.

아이들은 비가 오든 말든 신나서 창밖만 바라보고 있었다.

이 글을 마치며

결국 이번 주말 날씨는 태풍26호와 정체전선, 그리고 태풍25호의 여파가 겹친 결과였다.

9월 26일부터 29일경까지, 간토 지역은 당분간 비 소식에 촉각을 세워야 할 것 같다.

혹시 이 지역에 사시는 분들이 있다면, 어떻게 대비하고 계신지 댓글로 이야기 나눠주시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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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드라마를 한국이 리메이크하고, 한국 드라마를 일본이 리메이크한다.

그것도 같은 10월에, 열흘 차이로요.

 

 

어젯밤 11시쯤, 애들 방 불 끄고 나와서 식탁에 앉아 가을 편성표를 뒤적이다가 이 사실을 알게 됐어요.

'이거 완전 한일 교환학생 같은데?'

혼자 피식 웃었는데, 찾다 보니 오늘 일본에서 개봉하는 한국 영화까지 한 편 걸려 있더라고요.

 

그래서 오늘은 금요일 밤 특집(?)으로, 지금 일본에서 한국 콘텐츠가 어떤 식으로 들어오고 있는지 세 가지로 묶어봤어요.

오늘 개봉 '퍼스트 라이드', 일본 반응은 어떨까?

첫 번째는 영화 '퍼스트 라이드(The First Ride)'예요.

일본 제목은 '파스토라이도(ファーストライド)'이고, 바로 오늘 9월 25일(금) 신주쿠 발트9을 비롯해 일본 전국에서 개봉했어요.

배급은 클록웍스, 러닝타임 116분, 등급은 전체관람가(G)예요.

 

출연은 강하늘, 김영광, 차은우, 강영석.

여섯 살 때부터 붙어 다닌 소꿉친구 넷이 고등학교 졸업 때 못 간 졸업여행을 어른이 돼서야 처음 해외로 떠나는 이야기래요.

감독·각본은 남대중 감독이고, 2025년 한국 작품이에요.

 

일본 홍보 문구가 좀 웃겼어요.

강하늘 캐릭터는 '근면한 바보', 김영광은 '천진한 바보', 차은우는 '얼굴 천재 바보'. 캐릭터마다 '바카(バカ)'를 붙여서 소개하더라고요.

일본 배급사 자료에는 차은우가 입대 전 마지막 작품이자 첫 영화 주연작이라는 점, 강영석이 800대 1 오디션을 뚫었다는 점, 한국 개봉 당시 박스오피스 첫 주 1위였다는 점이 크게 강조돼 있었어요.

영화관 매점의 노란 팝콘 통

사진: Pexels (무료 라이선스)

"웃다가 울었다"는 일본 시사회 후기들

개봉 전이라 관객 수 같은 숫자는 아직 없어요.

대신 일본 영화 사이트 '에이가닷컴(映画.com)'에 시사회로 먼저 본 사람들 리뷰가 올라와 있었는데, 오늘 기준 4건에 평균 3.2점이었어요.

 

평점만 보면 평범한데, 내용은 꽤 뜨거웠어요.

대체로 "바보 코미디인 줄 알았는데 마지막엔 울었다"는 흐름이었고, 할리우드 영화 '행오버'의 한국판 같다는 비유도 있었어요.

후기를 보니 여행지는 태국인 것 같아요.

 

음, 근데 솔직히 저는 이런 우정 영화가 제일 약해요.

퇴근하고 애들 챙기다 보면 영화관 가는 것 자체가 큰 이벤트라, 주말에 아이들 학원… 아니, 아이들 일정 보고 조조 한 편 노려볼까 싶어요.

전체관람가라 초4 아들이랑 같이 봐도 괜찮을 것 같고요.

일본 명작 '닥터X'가 한국판으로 돌아온다고?

두 번째가 제가 제일 놀란 소식이에요.

일본에서 요네쿠라 료코 주연으로 오래 사랑받은 의학 드라마 '닥터X'를 한국 SBS가 리메이크했어요.

한국 제목은 '닥터X: 하얀 마피아의 시대', 일본 넷플릭스 제목은 '도쿠타X ~하쿠이노 마피아~'예요.

 

주인공 천재 외과의 '계수정' 역은 김지원이 맡았어요.

이정은, 성현주, 김우석 등이 함께 나오고, '악귀'·'VIP'를 연출한 이정림 감독 작품이래요.

한국에서는 10월 9일 SBS 금토드라마로 시작하고, 일본 넷플릭스도 같은 날 10월 9일부터 독점 공개한다고 공식 발표했어요.

 

일본 시청자 입장에선 "우리 드라마가 한국에선 어떻게 바뀌었을까"를 보는 재미가 있겠죠.

벌써 일본 블로그에서는 원작이랑 한국판을 비교하는 글이 올라오기 시작했더라고요. '실패하지 않는 여자'라는 원작 캐릭터를 한국판이 어떻게 풀어낼지, 저도 은근히 궁금해요.

수술실에 준비된 의료 기구

사진: Pexels (무료 라이선스)

그리고 반대로, 일본판 '우영우'가 월요일 밤 10시에

세 번째는 방향이 정반대예요.

2022년 한국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일본이 리메이크한 '미나미다 미나미 변호사는 천재'(南田南弁護士は天才肌)가 10월 19일(월) 시작해요.

간사이TV·후지TV 계열 '월요일 밤 10시' 드라마 틀이고, 주연은 아시다 마나예요.

 

일본 기사들은 원작이 넷플릭스 글로벌 TOP10 비영어 시리즈 부문에서 7주 연속 1위를 했다는 점을 계속 짚고 있었어요.

주인공 이름이 '우영우'처럼 앞뒤로 똑같이 읽히는 '미나미다 미나미'로 바뀐 것도 화제였고요. 이거 보고 저 혼자 "오, 센스 있다" 했어요.

일본 넷플릭스에도 같은 날 공개 예정으로 나와 있어요.

이 흐름, 일본에 사는 한국인으로서 좀 뭉클했던 이유

제가 처음 일본에 왔을 때만 해도, 한국 드라마는 몇 달 늦게 위성채널에서 보는 게 보통이었어요.

근데 지금은 한국판 '닥터X'가 한국 방송 당일에 일본에서 공개되고, 한국 원작 드라마가 일본 지상파 황금시간대에 리메이크돼요.

'한류를 수입한다'는 느낌보다는, 두 나라가 이야기를 주고받는 느낌에 가까워진 것 같아요.

 

아이들 재우고 밤에 혼자 이런 소식 찾아보는 게 요즘 제 작은 낙인데요.

초2 딸이 아침에 "엄마 어젯밤에 또 휴대폰 봤지?" 하고 눈치채는 게 함정이에요.

 

정리하면 이래요.

1. 9월 25일(오늘): 영화 '퍼스트 라이드' 일본 전국 개봉

2. 10월 9일: 한국판 '닥터X: 하얀 마피아의 시대' 일본 넷플릭스 독점 공개

3. 10월 19일: 일본판 우영우 '미나미다 미나미 변호사는 천재' 방송 시작

 

여러분은 원작이 있는 리메이크, 챙겨 보시는 편인가요?

'닥터X' 한국판이랑 '우영우' 일본판 중에 뭐가 더 기대되는지, 혹은 '퍼스트 라이드' 먼저 보신 분 있으면 후기도 댓글로 남겨주세요. 주말 영화 고르는 데 참고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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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길 전철 안에서 날씨 앱을 켰다가 알림 한 줄에 멈칫했어요.

"오늘 밤은 중추의 명월."

 

 

'아, 오늘이 그날이구나.'

한국 달력으로는 오늘이 추석 당일이잖아요.

근데 여기 일본은 그냥 평범한 금요일이에요. 저도 아침에 도시락 싸고, 애들 학교 보내고, 출근했고요.

 

그래서 오늘은 일본에서 '추석 같은 날'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뉴스랑 자료 찾아본 걸 정리해 보려고 해요.

생각보다 재밌는 숫자들이 많더라고요.

구름 사이로 떠오른 밤하늘의 달

사진: Pexels (무료 라이선스)

명월인데 보름달이 아니라고요?

일본에서는 음력 8월 15일 밤의 달을 '중추의 명월(中秋の名月)', 또는 '주고야(十五夜)'라고 불러요.

일본 국립천문대(NAOJ) 자료를 보니 2026년의 중추의 명월은 바로 오늘, 9월 25일이에요.

 

근데 여기서 반전이 하나 있었어요.

천문학적인 보름달, 그러니까 달이 태양의 정반대에 오는 '망(望)'의 순간은 9월 27일 새벽 1시 49분이래요.

명월과 보름달 날짜가 이틀이나 어긋난 거죠.

 

천문대 설명으로는 하루 정도 어긋나는 건 자주 있는데, 이틀이나 벌어지는 건 좀 드문 일이라고 해요.

직전이 2017년, 다음은 2043년이래요.

'2043년이면… 우리 딸이 지금 내 나이쯤 되겠네?'

괜히 이런 계산부터 하게 되더라고요. 아무튼 오늘 뜨는 달은 왼쪽이 살짝 이지러진 모양으로 보인다고 해요.

요코하마 하늘, 오늘 밤 달 보일까?

제일 궁금한 건 이거였어요. 과연 보이긴 할까.

일본기상협회 tenki.jp에 오늘 아침 7시 15분에 올라온 해설을 보면, 홋카이도·규슈·오키나와는 맑아서 달구경하기 좋고, 도호쿠부터 시코쿠까지는 구름이 많대요.

 

간토 쪽은 밤이 깊어질수록 구름이 두꺼워지고 비가 올 수도 있다고 하고요.

같은 예보에서 도쿄(지요다구)는 '맑은 뒤 비', 강수확률 80%, 최고 28도였어요.

그래서 달구경은 "되도록 이른 시간에" 하라는 게 예보사의 조언이었어요.

 

'애들 저녁 먹이고 씻기면 벌써 8시 넘는데…'

솔직히 이 부분에서 좀 한숨이 나왔어요.

그래서 오늘은 순서를 바꿔볼까 해요. 저녁 먹기 전에 베란다에 한 번 나가 보는 걸로요. 구름 틈으로라도 보이면 그걸로 된 거니까요.

구름 아래로 비치는 보름달

사진: Pexels (무료 라이선스)

일본의 가을 '달 마케팅'은 햄버거에서 시작된다?

일본 살면서 제일 신기했던 게 이거예요.

9월만 되면 온 동네 패스트푸드점과 편의점이 '츠키미(月見)'로 도배가 돼요. 계란 노른자를 달에 빗댄 메뉴들이요.

 

대표 주자는 일본 맥도날드의 '츠키미 버거'인데, 1991년에 처음 나와서 올해가 딱 35주년이래요.

올해는 9월 2일부터 버거·사이드·음료·디저트까지 총 8종을 '츠키미 패밀리'로 묶어서 팔고 있어요.

기본 츠키미 버거가 단품 460엔부터, 치즈 츠키미가 490엔부터예요.

 

그리고 어제, 9월 24일부터는 2탄 신메뉴 '홋카이도산 쟈가 페퍼 츠키미'(단품 570엔부터)가 나왔어요.

맥도날드 발표 자료로는 츠키미 시리즈 최초로 감자를 넣은 버거라고 해요. 대신 1탄이던 '아부리 규스키야키풍 츠키미'는 9월 23일로 판매가 끝났고요.

판매 기간은 10월 하순까지 예정이래요.

 

아 근데, 다시 생각해 보니 이게 그냥 햄버거 얘기만은 아닌 것 같아요.

명절 휴일이 없는 일본에서 '달'이라는 계절감을 이렇게 먹거리로 한 달 넘게 끌고 가는 거잖아요.

한국처럼 다 같이 쉬는 명절이 아니어도, 일상 속에서 계절을 챙기는 방식이 이쪽은 좀 다르구나 싶었어요.

한국 추석이랑 뭐가 제일 다를까?

제가 느낀 차이를 번호로 정리해 볼게요.

1. 쉬는 날이 아니에요. 일본은 음력 명절을 공휴일로 두지 않아서, 오늘도 학교·회사 다 평소대로예요.

2. 먹는 게 달라요. 송편 대신 '츠키미 당고'라는 하얀 경단을 쌓아 올리고, 억새(스스키)를 장식해요.

3. '두 번째 달구경'이 있어요. 음력 9월 13일 밤을 '주산야(十三夜)'라고 해서 한 번 더 달을 보는데, 국립천문대 기준으로 올해는 10월 23일이에요.

 

3번은 저도 일본 와서 처음 알았어요.

밤마다 오늘처럼 구름 끼면 어떡하나 싶었는데, 기회가 한 번 더 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좀 편해지더라고요.

워킹맘 입장에서 오늘 밤 계획은요

거창한 건 없어요.

퇴근길에 슈퍼 들러서 경단 한 팩이랑, 애들이 좋아하는 과자 몇 개 사 가려고요.

초4 아들한테는 "오늘 달은 왜 완전히 동그랗지 않을까?" 퀴즈를 내볼 생각이에요. 국립천문대 설명 그대로 들려주면 과학 공부도 되고요.

 

초2 딸은 아마 달보다 경단에 더 관심이 많겠죠.

그래도 괜찮아요. 베란다에서 셋이 5분이라도 하늘을 올려다보면, 그게 우리 집 추석이니까요.

 

한 가지 더.

tenki.jp 같은 날 기사에 따르면 태풍 26호가 27일쯤 강한 세력으로 오키나와에 접근하고, 다음 주 후반엔 간토 등 본토에도 영향을 줄 수 있대요.

주말에 장 볼 때 물이랑 비상식량 체크도 같이 해두려고요. 달구경하다가 태풍 대비까지, 일본의 가을은 늘 이렇게 바쁘네요.

오늘 정리하면

오늘 9월 25일은 일본의 중추의 명월이지만, 진짜 보름달은 27일 새벽이에요.

간토는 밤늦게 비 소식이 있어서, 달구경은 이른 저녁이 승부처고요.

그리고 일본의 달구경 시즌은 츠키미 버거와 10월 23일 '주산야'까지 이어지니, 오늘 못 봐도 너무 아쉬워하지 않기로 해요.

 

여러분 계신 곳은 오늘 밤 달이 보였나요?

일본에 사시는 분들은 어떤 츠키미 메뉴가 제일 맛있었는지, 한국에 계신 분들은 추석 연휴 어떻게 보내고 계신지 댓글로 살짝 알려주세요. 저도 하나씩 읽어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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