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재우고 나면 침대 옆에 스탠드 하나 켜놓고 태블릿으로 전자책을 읽는 게 요즘 제 유일한 취미예요.
일본에 살다 보니 한국 신간을 실시간으로 챙기기가 쉽지 않거든요.
그래서 전자책 앱이나 국내 서점 해외배송을 자주 이용하는 편이에요.
그러다 얼마 전 뉴스를 보고 조금 멍해졌어요.
추리소설 좋아하는 사람이면 다 아는 이름, 히가시노 게이고가 7월 23일에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이었어요.
대장암 투병 끝이었고, 향년 68세였다고 하더라고요.
1958년생이니까 아직 한창 활동하실 나이인데, 신간 출간을 코앞에 두고 갑작스레 떠나셨다는 게 더 마음에 걸렸어요.
독자 입장에서는 마지막 인사도 제대로 못 나눈 느낌이라 더 아쉽더라고요.
1억 부를 남기고 떠난 작가
'용의자 X의 헌신', '백야행',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제목만 들어도 아는 작품이 몇 개씩 있는 작가예요.
1985년 '방과 후'로 데뷔한 뒤로 40년 가까이 꾸준히 신작을 냈고, 1999년 일본추리작가협회상, 2006년 나오키상까지 받았대요.
작품성이랑 대중성을 둘 다 잡은 몇 안 되는 작가였다는 평가가 많더라고요.
장례는 가족장으로 조용히 치러졌다고 하고요.
이런 소식은 늘 그렇듯 뉴스로 접하고 나서야 '아, 벌써 그렇게 되셨구나' 싶어지네요.
제가 처음 이 작가 소설을 잡은 게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이었는데, 그때 밤새 다 읽고 다음 날 출근길에 눈이 퉁퉁 부어 있었던 기억이 나요.
그 뒤로는 신간이 나올 때마다 습관처럼 찾아 읽게 되더라고요.
유작이 된 갈릴레오 시리즈 10번째 이야기
공교롭게도 신간 출간을 앞두고 별세하셨다고 해요.
그 신간이 바로 '투명한 나선'인데, 유카와 마나부 교수가 주인공인 갈릴레오 시리즈의 열 번째 장편이에요.
국내에는 출판사 '북다'를 통해 나왔고요.
줄거리는 이래요.
지바현 바다에서 등에 총상을 입은 남성의 시신이 발견되고, 그를 실종 신고한 동거 여성이 사라져요.
사건을 맡은 형사 구사나기와 우쓰미가 수사하다가 뜻밖에도 유카와의 이름을 발견하게 되고, 처음엔 협조를 거절하던 유카와가 결국 다른 방식으로 사건에 관여하게 되는 구조더라고요.
저는 아직 초반부밖에 못 읽었는데, 이번엔 유카와 본인의 비밀이 처음으로 드러난다고 해서 다음 페이지 넘기는 손이 자꾸 빨라져요.
유카와 마나부는 데이토 대학 물리학과 교수라는 설정인데, 과학적 추리로 사건을 풀어가는 방식이 이 시리즈의 가장 큰 매력이었잖아요.
그런 유카와의 '비밀'이 열 번째 장편에서야 처음 열린다니, 시리즈를 오래 따라온 독자로서는 놓칠 수 없는 이야기더라고요.
베스트셀러 순위에서도 확인한 존재감
교보문고 주간 베스트셀러(8월 5일~11일 집계)를 봤더니 '투명한 나선'이 3위에 올라 있더라고요.
1위는 세네카의 '오늘을 빼앗기고 있는 당신에게'였고요.
작가가 떠난 직후 나온 유작이라는 점이 독자들 마음을 더 움직인 게 아닐까 싶어요.
저도 갈릴레오 시리즈를 예전 작품부터 하나씩 다시 읽어볼까 고민 중이에요.
'침묵의 퍼레이드'가 9번째 장편이었다고 하니, 순서대로 정주행하면 딱 맞겠더라고요.
일본에 살면서 이렇게 한국어판 신간을 곧바로 챙겨 읽을 수 있다는 게 새삼 편리하게 느껴져요.
예전 같으면 종이책 배송을 몇 주씩 기다려야 했을 텐데, 요즘은 전자책으로 발매일에 바로 받아볼 수 있으니까요.
늦은 밤, 혼자만의 독서 시간이 주는 것
솔직히 요즘 같은 때 책 한 권을 진득하게 읽는 시간 내기가 쉽지 않아요.
근데 이상하게 히가시노 게이고 소설은 잠들기 전 짧게 짧게 읽어도 흐름이 안 끊겨요.
다음 챕터가 궁금해서 스탠드 끄는 걸 몇 번이나 미뤘는지 몰라요.
주말엔 아이들이랑 같이 볼 만한 영화를 고르지만, 이런 미스터리 소설만큼은 온전히 저 혼자만의 시간으로 남겨두고 싶더라고요.
그게 하루 중 유일하게 '엄마' 말고 그냥 '나'로 돌아가는 시간이라서요.
이번 '투명한 나선'도 딱 그런 시간에 어울리는 소설이더라고요.
사건 자체는 무겁지만, 문장이 술술 읽혀서 짧은 틈에도 부담 없이 몰입할 수 있었어요.
사진: Pexels (무료 라이선스)
한 작가의 40년 필모그래피가 이렇게 한 권으로 마무리됐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좀 복잡하더라고요.
그래도 남겨진 이야기들은 오래오래 읽힐 것 같아요.
1억 부라는 판매량이 그냥 나온 숫자가 아니겠구나 싶어요.
이번 '투명한 나선'을 계기로 예전 작품들까지 다시 찾아 읽는 독자들이 저 말고도 꽤 많을 것 같더라고요.
혹시 갈릴레오 시리즈 읽어보신 분 계시면, 어떤 작품이 제일 좋으셨는지 댓글로 알려주세요.
다음 읽을 순서 정하는 데 참고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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