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제신랑 투고...)

 

첫날 저녁은 오사카스러운 곳에서 오사카스러운 것을 먹기로 했다. 그래서 결정한 곳, 신세카이. 신세카이는 도톤보리(道頓堀)처럼 먹을 것도 많고 특이한 간판들을 구경하는 재미가 있는 곳이다. 도톤보리와 비교하면 신세카이는 좀 더 뒷골목 느낌이 강하고 옛날 느낌이 물씬 난다. 물론 관광객도 도톤보리보다 훨씬 적어서 걸어다니기가 수월하다.

 

근처 역은 오사카 지하철 사카이스지선(堺筋線)의 에비스쵸역(恵美須町駅)、 지하철 미도스지센(御堂筋線) or 사카이스지센(堺筋線)의 동물원앞역(動物園前駅)에서 내리면 된다. JR 신이마이야역(新今宮駅)도 가깝다.

 

 

잔잔요코쵸(ジャンジャン横丁) 

 

 우리는 동물원앞역에서 내렸는데 신세카이로 진입하기 위해 상점가를 통해서 갔다.

 

 좁은 아케이드 형식 상점가. 장기나 바둑을 즐기는 어르신들도 보인다.
마츠리에서나 보던 상품을 맞추는 사격게임. 상설 점포로 된 곳은 처음 봤다. 작디 작은 오락실에는 '일본에서 제일 좁은 레트로(レトロ)한 오락실' 이라고 쓰여있다.

 이 상점가는 잔잔요코쵸라고 하는데 일본 전통 현악기인 샤미센을 켜는 소리가 쟌쟌 울려 퍼졌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위치상 신세카이의 남쪽 부분이다.

 

 

츠텐카쿠(通天閣)

 

 조금만 북쪽으로 걸음을 계속하자 신세카이의 중앙 부분에 도착했다. 무엇보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북쪽 방면에 보이는 츠텐카쿠 (or 쓰텐카쿠)

 

 

 

뭔가 이 세상 비주얼이 아닌 느낌이다. 히타치(日立)의 광고문구가 큼직하다.

 츠텐카쿠는 오사카의 대표적인 랜드마크 중 하나로, 국가지정 유형문화재이기도 하다. (철탑에 유형문화재라니 좀 이질적이긴 하다.) 한자로 통천각. 하늘로 통하는 건물 정도로 해석하면 될까.

 현재의 츠텐카쿠는 1950년대에 재건된 2대 츠텐카쿠. 초대 츠텐카쿠는 2차 대전 중 미군 공습의 표적이 될까 두려워서 해체되었다. 해체로 얻은 철강재는 물론 군수물자로 활용됐다고 한다.

 

 

화려한 간판들 그리고 빌리켄(ビリケン)

 

 오사카다운 화려한 간판들도 도톤보리 뺨치게 많다. 이런 분위기는 도쿄에는 없는 오사카만의 독특한 것이다.

 그야말로 신세계(新世界).

 

 

 

 독특한 표정과 앞으로 내밀고 있는 큰 발이 특징적인 이 캐릭터는 빌리켄이라고 한다. 신세카이의 마스코트 같은 존재랄까. ~~씨를 뜻하는 상(さん)을 붙여서 보통 빌리켄상이라고 불려진다.

 빌리켄의 발을 만지면 행운과 재물운이 온다고 한다. 다른 지역 상점가의 에비스신과 같은 존재인듯하다. 빌리켄은 미국 여류작가의 창작물로, 원조는 초대 츠텐카쿠에 있었다. 현재의 츠텐카쿠에도 물론 빌리켄이 있고 신세카이 곳곳에 존재하고 있어서 빌리켄을 발견하고 돌아다니는 것도 이곳을 즐기는 한 가지 방법이다.

 

 

신세카이를 대표하는 명물 쿠시카츠(串カツ)

 

 쿠시카츠 간판 신세카이에서는 어떤 골목으로 가도 쿠시카츠 가게와 마주하게 된다. 

 

유명한 다루마의 간판 캐릭터. 뭔가 화난 듯한 얼굴로 소스 두 번 찍어먹기(ソースの二度付け)를 하지 말아 달라는 글귀를 목에 걸고 있다.

 수많은 쿠시카츠 가게들 중에서도 제일 유명한 곳은 다루마(だるま).

 신세카이의 쿠시카츠 원조라고 한다. 신세카이 안에만 4개의 가게가 있다.

 

 비도 솔솔 내리고 우리도 저녁 식사할 곳을 정해야 했다. 기왕 여기까지 왔는데 메뉴는 역시 쿠시카츠로.. 아무래도 아이를 데리고 있다 보니 유명한 가게보다 자리에 여유가 있는 곳을 우선적으로 고려했다.

 그래서 결정한 곳이..

 

아사히(朝日)

 역시나 화려한 간판을 자랑하는 가게. 화투가 모티브라 왠지 더 친근하게 느껴졌다. 이곳에도 입구에는 빌리켄이 있었다.

 입구 쪽에서 보이는 카운터석 테이블석뿐 아니라 안쪽으로 들어가면 이렇게 넓은 좌식 테이블이 펼쳐져 있어서 아이와 함께 와도 여유가 있다. 아마도 그렇게 인기 있는 가게는 아닌 듯하다. 

다른건 모르겠고 아무튼 공간이 넉넉해서 좋았다.
 가게 한켠엔 게임기가..

테이블 위에는 2개의 금속통이 있는데 한 군데에는 양배추(무료)가 들어있다. 오토오시(お通し) 요금은 별도로 없었던 것 같다. 또 다른 금속 통 안에는 우스터소스가 들어있는데 여기에 쿠시카츠를 찍어먹는 것이 오사카류. 이렇게 먹는 게 위생상 어떨까 하는 걱정은 있지만 오사카에서 쿠시카츠를 먹을 때의 철칙 “두 번 찍어먹기 금지” (二度ヅケ禁止)를 잘 지키면 괜찮다… 아마도. ㅎㅎ

 

 

쿠시를 시킬 때마다 요런 식으로 서빙된다. 당시에는 쿠시카츠를 먹은 경험이 많지 않았는데 베니쇼가(紅生姜 생강 초절임)를 쿠시로 먹는 것이 굉장히 특이하다고 생각했다.

 쿠시 가격은 대체로 100~300엔 정도.  메뉴가 풍부해서 다양한 쿠시를 맛볼 수 있다. 그 외에도 철판요리나 일품요리들도 다양하게 있다.

 인기점이 아니라지만 관동의 쿠시카츠 가성비를 생각하면 이곳은 충분히 훌륭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쿠시카츠 격전지인 만큼 기본 레벨이 높은 걸까.

 

 역시 맛있게 먹었던 우엉 튀김(ごぼうの唐揚げ) 380엔 / 마무리는 깔끔하게 오차즈케(お茶漬け)와 모둠 절임(漬物盛り合わせ) 각 380엔

 적당히 먹고 나와서 신세카이를 좀 더 둘러보고 하루를 마무리했다.

 

 

 수 십년간 낙후지역이었던 이곳은 쇼와(昭和)시대(1926–1989)를 느끼게 하는 복고풍의 분위기가 주목을 모아, 관광지로 변모한 곳. 지금은 소설, 만화, 드라마의 무대가 되거나 잡지나 TV에서 호의적으로 소개되는 경우가 늘어났지만 이 주변지역은 여전히 슬럼가 느낌의 치안이 별로 좋지 않은 지역이다. 싸구려 숙소들이 많고 일용직 노동자들이 모여드는 동네. (여담으로, 이 일대는 또한 게이바같은 시설들이 밀집한 일본 유수의 게이타운이기도 하다.) 24시간 영업하는 쿠시카츠 가게들도 있지만 너무 늦은 시간이 이 일대를 기웃거리는 것은 추천하지 않는다.

 

***방문 시기는 2018년 4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