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3대 중공업(重工業)


일본기업 소개 시리즈 5번째. 오늘은 일본의 중공/조선/중기계 기업들을 소개 해 보겠다. 중공/조선/중기는 각각 분야의 기업들을 따로 분리하기가 어려워서 중점 역량에 따라 나눠서 세 번에 걸쳐 투고하려 한다.

중공업은 한국의 산업화에 큰 공헌을 해온 분야이다. 지금은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및 두산중공업 등이 세계적인 플레이어로 활약을 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에 중공업이 도입된것은 일제강점기에 일본으로부터 이다. 전쟁물자 생산 및 북한의 자원을 활용하기 위함으로 생각된다. (일본으로 부터 우리나라가 해방될 당시에 일제가 세운 중공업 시설은 대부분 북한에 있었던지라 일제강점기에 상당한 자급률을 자랑했던 한반도의 중공업은 대부분 북한에 귀속되어버렸다.)  최초의 도입에서부터 군부독재시절의 중공업 부흥책에 이르기 까지 우리나라의 중공업의 역사는 일본의 중공업 회사들과는 땔래야 땔 수 없는 관계에 있다. 일본의 경우, 메이지시대에 운영한 국영/관영 탄광, 제철분야의 발전과 더불어 중공업이 크게 부흥하며 산업화의 틀을 닦았다. 또한 식민지 확대와 2차대전은 군수물자를 생산하는 일본의 중공업회사들이 기술적으로 크게 진보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크게, 넓은 분야로 진출을 일궈낸 대표적인 일본의 중공업 3사를 먼저 소개하겠다. 이들 3사는 일본에서도 3대 중공업회사로 일컬어지며 모두 동경증시1부 상장기업이다.

 

1.미쓰비시 중공업(Mitsubishi Heavy Industry, 三菱重工業, 미쯔비시쥬-코-교-)

매출3조9천억엔   경상이익 1천2백억엔  (2016년도, 연결)




일본 최대의 중공업회사이다. 일본의 인프라산업에서 미쓰비시 중공업과 무관한 분야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아니다. 전에 소개한 미쓰비시상사(三菱商事), 그리고 미쓰비시도쿄UFJ은행(三菱東京UFJ銀行)과 더불어 미쓰비시그룹 3가(三菱グル御三家)로 불리어왔다. 지금은 오히려 미쓰비시전기에 밀리는 모양세이긴하다. 일본사람들 사이에서 쇼-지(商事)라고하면 자연히 미쓰비시상사를 의미하듯 사명없이 쥬-코-(重工, 중공)라고 하면 미쓰비시중공업을 뜻한다. 또는 영문이니셜로 MHI(에무엣치아이)라고도 많이 부른다.

관영 나가사키조선소를 당시의 미쓰비시합자회사가 흡수한 뒤 미쓰비시조선으로 독립하게 된다. 후에 몇 번의 사업재편을 거쳐, 1930년대에 미쓰비시조선과 미쓰비시항공기가 통합되면서 미쓰비시중공업으로 재탄생한다. 중공업이란 단어는 영단어 Heavy Industry를 토대로 미쓰비시재벌 4대째인 이와사키 코야타(岩崎小弥太)가 창안해낸 것으로 알려져있다. 현재는 한국이나 중국에서도 일반적으로 쓰이는 표현이다. 일본해군 전함건조를 독식하며 회사규모는 수 십배로 커지게 된다. 일본이 패전한뒤 GHQ에 의해 동일본, 중일본, 서일본의 3사로 분할 되지만 1960년대에 3사가 재통합을 하며 현재의 미쓰비시중공업의 진용을 갖춘다.

조선인 강제징용 관련하여 가장 많이 규탄받는 회사 중 하나이기도 하다. 한국전쟁 중에도 군수물자 판매로 막대한 이익을 올린것으로 알려져 이래저래 우리나라에겐 밉상인 기업이다. 아리랑위성3호 발사와 당진화력발전소 터빈등 우리나라 국가사업을 수주하며 논란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일본의 입장에서 보자면 상당한 애국기업이고 국가발전에 크게 이바지한 엘리트기업이라 할 만 하다.

사업은 크게 4가지 세그먼트로 나누어진다.

①에너지・환경 (매출 약1.5조엔)  화력 및 지열발전은 종합전기에서 소개했던 히타치와의 합병회사로 MHPS에서 담당한다. 또한 세계최대 풍력터빈 회사인 덴마크의 베스타스(Vestas)와 함께 MHI Vestas라는 회사를 만들어 해상풍력터빈을 만들고 있다.그외 엔진제작, 원자력 발전소, 화학플랜트 건설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②교통・수송(매출 약0.5조엔)

조선, 철도, 민간항공기 관련 사업분야이다. 미쓰비시중공업의 사업 모태가 된 분야이지만 최근 수년간 회사전체 실적의 발목을 잡는 애물딴지 신세가 되고 있다.

세계최대의 크루선 선사인 카니발(Carnival) 그룹의 아이다크루즈(Aida Cruises)로부터 크루즈 여객선 2척을 수주했다가 설계변경, 납기지연 등으로2013년도부터 2015년도 말까지 나눠서 총2000억엔이상의 적자를 반영했다. 이 실패를 계기로 LNG운반선은 이마바리조선(今治造船)과 합작회사를 차리고 이지스함 등 방위 라인업을 제외한 조선부문은 손을 때는 방향으로 검토중이라는 발표가 있었는데 이미바리조선과의 협업은 뭔가 어정쩡하게 붕~뜬 느낌이다. 해군 최강의 방패로 불리는 이지스함의 경우에도 과거엔 미쓰비시가 일본시장을 독식했었지만 최근엔 JMU에게 수주를 빼앗기는 등 고전중이다. (엄밀히 말해 이지스함은 ③방위・우주분야에 속하지만...일반적인 회사의 구조를 생각하면 수주금액도 선체는 조선분야로 처리하고 상부의 무기를 포함한 구조물은 방위분야로 처리 할 듯 하다.)

또한 일본이 패전후 봉인되어 있던 민간항공기 분야를 부활시키기 위해 미쓰비시중공업이 팔걷고 나섰던 민항기 MRJ가 시험비행중 문제 발견으로 인하여 몇 차례 발매지연을 하면서 개발비용 증대와 수주처로부터의 신뢰상실, 계약취소로 이어져 막대한 손실을 초래하고 있다. MRJ는 날지 못하는 비행기라는 비아냥을 받고 있다.

방위・우주(매출 약0.5조엔)

이름은 방위・우주지만 방위분야가 4대1정도로 크다. 방위분야는 쉽게 말해 무기제작인데 전투기, 전차, 잠수함, 이지스함, 미사일 등이 포함된다. 우주분야는 로켓 및 우주정거장 물자보급기가 포함된다. 최근에는 아베총리와 쿵짝이 잘 맞아서 해외수출을 포함하여 사업기회가 확대되고 있지만 그 동안 사업적으로 업다운이 많았던 분야이다. 이 부분에 대해 이이다(飯田) 전사장은“ 방위분야에서 공헌을 못하면 미쓰비시의 존재의미가 없다. 이익이 나니까 하고 안나니까 안하는 사업이 아니라 미쓰비시가 타고난 숙명”이라고 평했다.

기계・설비 (매출 약1.4조엔)



매출/이익 양면으로 꾸준하게 미쓰비시중공업을 지탱하는 분야이다. 미쓰비시중공업은 일본 최대의 기계메이커로 제품의 숫자가 700을 넘어 기계 백화점이라고 불릴 정도이다. 몇몇 주요제품만 열거하자면, 물류기기, 터보차져, 엔진, 제철기계, 냉열기기, 컴프레서 등이 포함된다. 성장분야는 물류기기인데 포크리프트가 주력상품이다.

 

이상, 전체적인 미쓰비시중공업의 매출은 해외와 일본이 5대5정도이다.

 

2.가와사키중공업 (Kawasaki Heavy Industry, 川崎重工業, 카와사키쥬-코-교-)

매출 1조5천억  경상 3백6십억엔   (2016년도, 연결)

회사이름으로 인해 일본의 카나가와현(神奈川県) 카와사키(川崎)시에 있는 회사로 오해를 받곤한다. 카와사키시는 공업도시로 유명해서 더욱 그런 이미지가 있는듯하다. 사실은 창업자 카와사키쇼-죠-(川崎正蔵) 의 이름을 따서 지은 사명 카와사키츠키치조선소(川崎築地造船所)가 기원으로 후에 항공기, 철도, 열차 등의 사업분야에 진출하며 1930년대에 현재의 사명으로 변경되었다. 일본에선 줄여서 카와쥬-(川重) 또는 KHI라고 부른다.



선박해양 / 차량(열차) /우주항공/터빈・기계/플랜트・환경/모터사이클・엔진/정밀게계 세그먼트로 구분되어 있는데 크게 편중되지 않고 각자 매출도 고만고만 하고 이익도 고만고만하다. 다만 선박분야는 경쟁력에도 물음표가 붙는데다가 2015년, 브라질의 국영 석유기업인 페트로브라스(Petrobras)의 뇌물 스캔들에 연루되어 제대로 드릴쉽건조의 비용을 회수 못하고 수백억엔의 손실을 입는등 지속적으로 적자를 내고 있다. 미쓰비시중공업처럼 방위관련 세그먼트를 따로 분리하지 않고 상품별로 관리를 하고 있는 듯 한데 최근의 방위관련 수주는 미쓰비시중공업을 압도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특이할만한 이력으로는 일본의 첫 증기기관차를 생산한것. 라이트형제의 비행으로 부터 고작 15년뒤에 항공기공장을 만든것, 일본 제2위의 로봇생산 (1위는 파낙 -Fanuc-) 등이 있다.

세계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중국의 고속철도기술에 카와사키중공업의 기술이 도용된것이 아니냐는 의혹이있다.

한국에서는 카와사키 중공업의 오토바이가 잘 알려져있는데 라이벌인 혼다는 비교적 대중적인 수요를 충족하는 편안하고 무난한 바이크라고 하면 카와사키는 고성능, 하이 스피드의 이미지가 있다. 닌자라던가 Z시리즈라던가, 모델이름도 강렬하다.

 

3. IHI  (IHI, 아이에이치아이)

매출 1조5천억엔   경상이익 4백7십억엔  (2016년도, 연결)

이시카와지마하리마중공업 (石川島播磨重工業), 말하기도 숨찰 만큼 긴 회사이름을 자신들도 자각한듯, 당시부터 약어로 잘 쓰이던 IHI를 정식사명으로 채택했다. 이시카와지마 중공업(石川島重工業)과 하리마조선소(播磨造船所)가 합병하여 형성된 중공업 대기업이다. 많은 사람들이 IHI의 H를 하리마(播磨)의 H로 알고 있는데 사실은 Ishikawajima harima Heavy Industry, 즉 Heavy의 H이다. 이시카와지마는 무려 160년이상 된 회사로 에도막부(江戸幕府)의 명을 받고 도쿄(당시의 에도) 스미다강(隅田川)의 이시카와시마 (石川島 시마=섬)에 조선소를 창업한 것을 기원으로 하고 있다. 1870년대에는 일본의 민간조선소로는 처음으로 증기선을 건조하기도 했다. 1890년대에는 일본의 첫 화력발전용 발전기를 납입했으니 당시 우리나라의 산업수준을 생각하면 굉장히 앞서나간 회사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미쓰비시와 카와사키중공업이 조선업을 계속하고 있는것에 반하여 IHI의 조선자회사는 JFE홀딩스산하의 유니버설조선(ユニバサル造船)과  합병하여 JMU(Japan Marine United)가 되어 독립하였다. JMU는 다음편에 다루기로 한다.

①자원/에너지/환경 ②사회기반/해양 ③산업시스템/범용기기 ④항공/우주/방위



이렇게 4개의 세그먼트로 사업구분을 하고 있는데 매출 비율은 ②가 제일작고 ④가 제일크다. ④는②의 세배정도 매출규모이며 이익도 ④가 거의 다 만들어 내고 있다고 보면된다.  ④에 포함되는 제품은 엔진을 포함한 항공기 부품, 로켓 등이다.

미쓰비시나 카와사키 중공업은 터빈을 제작하는데 IHI는 터빈은 없고 발전용 보일러를 제작하는 등 미묘한 차이는 있지만 큰 그림은 비슷하다. IHI는 LNG탱크 제작 및 설치 교량(다리)건설에 있어서도 일본의 상위권 메이커이다.

IHI의 특징적인 제품으로는 터보차져가 있다. 옛날에는 고스펙 스포츠카에나 들어가는 제품이었지만 최근의 자동차에는 거의 다 탑재되어 엔진 출력을 올려주고 연비를 향상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미국의 허니웰(Honeywell)과 보그워너가 과점하고 있던 시장을 IHI가 20%정도의 쉐어를 가져가며 메이저 플레이어로 떠올랐다. 미쓰비시중공업도 10%이상의 쉐어를 차지하며 미국과 일본의 과점속 독일의 후발 메이커의 도전 형국이 되었다.

한국에서는 충남서산에 현대위아와 함께 현대위아IHI터보를 설립하여 터보차져를 공급해왔는데 그간 국산화를 추진해온 현대위아가 IHI와의 합작을 종료하고 기술제휴만 유지하기로 했다. 현대위아가 글로벌 터보차져 메이커에 맞서 얼마나 선전 할 지가 궁금하다.

또한 한국청년들의 해외취업관련 기사에 자주 등장하는 메이커이기도 하다. 비교적 한국 학생들을 많이 채용하는 이미지가 있다. 다만 지인에 의하면 이회사의 핵심분야인 항공/우주/방위 분야는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외국인이 배치되지 않으며 승진에 있어서도 유리천장이 존재한다고 한다.

IHI의 금년도 전망은 작년실적에서 소폭성장한 정도이다.

 

이상, 일본을 대표하는 중공업 3사를 알아보았다. 다음엔 일본의 조선기업에 대해 쓸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