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조선기업


섬나라인 일본의 조선업은 상당히 역사가 길다고 할 수 있다. 중국 및 한반도의 고대・중세국가들과 교류를 위해 배가 사용되었고 임진왜란때 대선단을 이끌고 한반도를 침략하기도 했다. 에도막부 시대에 쇄국정책을 펴면서 우물안 개구리가 되어가던 일본에 갑자기 나타난 페리제독의 증기선(黒舟=흑선)은 에도막부에 큰 충격을 안겼다. 자신들이 직면한 위기를 느낀 일본은 즉각 군함건조에 착수하나 기술적으로 불충분했다. 메이지시대에 접어들어 열강들이 식민지 획득에 열을 올리자 섬나라인 일본으로써는 육군이상으로 해군력의 증대가 절실해졌다. 미쓰비시, 미쓰이 같은 재벌의 참여로 자본을 확충한 조선업도 해군과 함께 성장 할 수 있었다. 일본의 조선업은 2차대전 패배 후 크게 주춤거렸지만 일본경제는 한국전쟁의 특수를 누리며 해운업과 조선업이 다시금 크게 성장 할 수 있었다. 1956년, 일본은 당시 조선업의 최강자였던 영국을 누르고 2000년대 초반 한국에게 덜미를 잡힐때까지 오랜기간 세계정상을 자리를 차지했다. 특히 70, 80년대에는 세계쉐어의 5할을 차지했다.

전편에서 소개한 3대 중공업 회사는 그 기원을 조선업에 둔 회사들이지만 현재는 조선분야가 회사내에서 존재감이 별로 없는 사업으로 전락했거나 사업을 접은 상태다. 오늘 소개 할 회사들은 현재 조선업이 주업인 회사들이다. 현재 일본에서 조선업을 중심으로 하는 회사들의 규모는 3대 중공업 회사들과 비교하면 많이 초라하고 한국의 조선 빅3와 비교해도 규모면에서 비교가 안된다. 그러나 여전히 선박CGT에 있어서 일본은 한국 중국의 뒤를 잇는 세계 유수의 조선국가이며 친환경선박이나 LNG추진선, 쇄빙선, 소방선박 같은 특수선박 분야에서 중국보단 일본이 우리나라의 경쟁자이다. 가격경쟁력을 배제하고 설계,건조기술만 보자면 여전히 일본의 조선업은 탑클래스에 속한다. 지금의 한국이나 중국처럼 한 때 세계를 주름잡았던 일본 조선업의 현모습을 조명하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다.  오늘 소개하는 회사중 미쓰이조선만이 동경증시 1부에 상장되어 있다.

 

1. 이마바리조선 (Imabari Shipbuilding, 今治造船, 이마바리죠-센)

매출 약3천7백억엔 (사장 기자회견 발표)

경상이익 흑자로 추정 (비상장, 비공개)  

2016년 인도실적: 87척 382만GT  cf. 2015년:  91척 450만GT



줄여서 이마죠(今造)라고 부른다. 순수하게 조선만 놓고 보자면 일본최대의 회사로 일본에서 상대적으로 낙후지역인 시코쿠(四国)지역을 대표하는 대기업이다. 시코쿠 북부와 히로시마(広島)남부에 다수의 공장/제작소를 보유하고 있다.  수주잔량으로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의 뒤에 바짝 붙어서 힐끗힐끗 3번째 자리를 넘보다가 월별 내지는 분기별로 3위를 차지하기도 한다.

1940년대에 이지역의 조선업계의 군소업체들이 합병하여 현재의 이마바리조선이 되었다. 회사명은 본사가 에히메현(愛媛県) 이마바리시(今治市)에 위치하는 것에서 유래했다.

최근에도 카가와현(香川県)마루가메시(丸亀市)에 400억엔을 투입해 신형 도크를 완성하는 등 설비규모를 확중하며 한국, 중국 조선회사와의 본격적인 경쟁을 준비하고 있다. (마루가메 도크 제원: 610m X 80m. 1330t골리앗크레인 3기)

14,000TEU급의 컨테이너선을 주력으로 건조해왔으나 마루가메 도크를 통해 상선미쓰이(商船三井)로 부터 수주한 20,000TEU급 컨테이너선을 성공적으로 진수하는 등 한국조선회사의 독무대였던 초대형 컨테이너선 건조에도 실적을 쌓고 있다. 본사 종업원은 1600명 규모인데 평균연령이  삼십대 초중반으로 생각보다 젊다.

이마바리조선 그룹의 2016년 건조량 베이스 쉐어는 일본국내 시장의 28.5%, 세계시장의 5.7%에 해당한다.



 

2.  재팬마린유나이티드  (Japan Marine United,ジャパンマリンユナイテッド, 자판마린유나이텟도)

매출 3천2백억엔  경상이익 4십억엔    

줄여서 JMU라고 한다. 원래 일본강관이 가지고 있던 조선부문을 JFE홀딩스 (제철관련 이전 포스팅 참조)가 계승하여, 후에 히타치조선(日立造船)과 조선부문을 50대50으로 합병시켜 유니버설조선(Universal Shipbuilding)을 탄생시켰다.  2013년에 IHI (중공업관련 이전 포스팅 참조)의 조선부문과 50대50으로 합병하며JMU가 탄생했다. 이 과정에서 각 모회사의 지분이 조정되며 최종적으로 JFE와 IHI가 각각 45.93%, 히타치조선이 8.15%로 캐스팅보드를 쥔 상태로 정리된 비상장회사이다. 합병을 통해 전국에 7개의 조선소를 보유하여 컨테이너등의 상선, LNG등의 연료운반선, 잠수함 및 군함등 방위분야, 쇄빙선, 소방선 같은 특수선까지 풀라인업을 갖추게 되었다. 라인업은 일본에서 가장 다채롭다고 평가된다. 재작년과 작년에는 미쓰비시중공업이 독점하고 있던 해상자위대의 이지스함을 수주하며 업계에 충격을 주기도 했다.

이마바리조선의 경우 대기업인 이마바리조선이 상대적으로 작은 회사를 흡수하며 규모를 늘려온 반면 JMU는 근 20년동안 50대50의 대등한 합병을 두 번이나 겪으며 JFE, IHI, 히타치조선 등 본래 대기업 출신의 인사들이 섞여 있기 때문에 문화적, 설계적 이질감이 아직도 완벽하게 봉합되지 않은 부분도 있는듯하다. (게다가IHI의 조선부문은 이전 스미토모중기계공업이라는 대기업의 함정건조부문을 합병한 경위가 있어 사실상 4개의 대기업의 인재가 모여있는 상황이다.)  미쓰이조선의 조선부문과의 통합 가능성도 제기되었었는데, 이마바리와 미쓰비시의 연계가 현실화되고 JMU와 미쓰이의 통합이 이루어지면 이마바리와 JMU를 중심으로한 일본 조선업의 거대한 재편이 이루어져 한국의 빅3를 위협 할 수 있다.

 

3. 미쓰이조선 (Mitsui Engineering & Shipbuilding, 三井造船, 미쯔이죠-센)

매출 7천3백억엔   경상이익 1백5십억엔  (2016년도, 연결)

오늘 소개하는 회사중에 가장 규모가 크다. 그러나 조선분야만 놓고 보면 상기 2사와 비교하여 많이 작다. 플랜트 엔지니어링, 해양플랜트, 중기계가 메인이다. 중기계획의 방향성도 조선・해양보다는 에너지・환경 쪽을 지향하고 있어서 어떤 의미로는 지난번의 3대 중공업회사와 함께 소개하는 것이 자연스러웠을지도 모르겠으나, 일단 사명에 조선이 붙어있기도 하니… 그러려니 하자. 3대 중공업과 비교하면 조선비중이 훨씬 높기는 하다. 해양플랜트도 광의로 조선업이라고 한다면 매출의 40%정도는 조선이라 할 수 있겠다.

1917년에 미쓰이물산(종합상사 관련 이전 포스팅참조)의 조선부(部)로 출발해서 탄생 올해100주년을 맞이했다. 1930년대에 타마조선소(玉造船所)라는 상호로 독립한다. 1940년대 부터 현재의 사명을 사용하고 있다. 최근 현대중공업도 지주회사로 전환을 위하여 사업유닛별로 분사화를 추진한바 있는데 미쓰이조선도 본사를 해양/기계・시스템/엔지니어링으로 분할하고 다른 자회사들과 수평적 구조를 만든뒤 지주회사가 경영관리하는 체재로 전환을 추진중이다. 현대중공업의 경우 분사된 회사중 현대로보틱스가 사실상 지주회사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이는데 미쓰이조선의 경우 순수지주회사로 전환을 하는 것이 차이점이다. 신체재의 출범은 2019년4월을 목표로 하고 있다.

미쓰이조선의 특기분야는 선박용 디젤엔진이다. 일본의 선박 디젤엔진시장의 50%이상의 쉐어를 차지하고 있다. 게다가 미쓰이조선의 라이센스를 이용한 타사제조의 엔진을 더하면 점유율은 60%를 훌쩍넘는다. 또한 일본의 컨테이너크레인 시장의 대부분을 독식하고 있기도 하다. 특히 일본의 많은 항구가 14,000TEU를 최대치로 잡고 컨테이너크레인을 설치 했는데 최근 18,000TEU 및 20,000TEU이상의 컨테이너선도 속속 등장하고 있어서 초대형 크레인의 문의가 많아서 생산이 수요를 못따라 가는 실정이다. 동사의 최근성장분야는 바이오매스 발전소등의 재생가능에너지 발전설비의 EPC 및 O&M이다.



 

이상 주요 조선회사에 대해 끄적여보았다. 사실 선박의 건조량(GT) 랭킹은 이마바리조선, JMU가 선두그룹, 나무라조선소(名村造船所), 오오시마조선소(大島造船所)가 2위권그룹, 신쿠루시마도크(新来島どつく), 미쓰이조선 미쓰비시중공업이 3위권그룹을 형성하고 그외 건조량 수십GT수준의 중견 중소 조선 회사가 다수 존재하는 구조이다. 미쓰이나 미쓰비시의 조선보다 더 큰 나무라, 오오시마지만, 내가 아는게 별로 없어서 쓸말이 없다.

과 17년전인 2000년엔 미쓰비시중공업이 일본 1위의 조선회사였는데 지금은 이마바리조선의 1/5수준이니, 세월무상,격세지감이다.

일본 조선기업들은 생산량의 8할이상을 일본국내에서 소화하고 있고 그중 9할이상을 지방권에서 생산을 하고 있어서 지역일자리 창출과 지역균형 성장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에도 최근 십년간 수출품목 수위를 다툰 분야는 조선 반도체 석유화학 전자제품 등이 있는데 일자리 창출효과는 조선이 압도적으로 크고 지방경제 활성화에도 기여를 해왔다. 시대의 흐름에따라 우리의 조선업의 상당부분을 다른산업으로 쉬프트해야 할 지 모르겠지만, 많은 사람들의 일자리가 걸려있는 산업인만큼 경쟁력 강화를 위해 관민이 머리를 맞대고 궁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