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텐동(天丼)체인의 원탑, 텐야(てんや)다. 텐(天)은 튀김의 줄임말, 동(丼)은 덮밥의 의미로, 텐동은 밥위에 튀김을 얹고 타레를 끼얹은 음식이다. 규동(牛丼), 회전스시(回転寿司), 카츠동(カツ丼), 우동(うどん)등 대부분의 일본인들이 즐겨먹는 장르의 요리는 대형체인점들이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다. 장르를 불문하고 1위기업은 있지만 대동소이한 제품의 2위, 3위 기업의 거센 도전을 받고 있는데 유독 텐동분야만은 텐야의 원탑체제가 오랫동안 유지되고 있다. 2위인 산텐(さん天)이 점포수 고작 40여점. 텐야의 5분의 1수준이다. 텐야 독주의 비밀은 무엇일까?




집근처 텐야로 출동. 오...이 점포 한정 할인행사를 하고 있다.



올스타 텐동 (アールスター天丼)및 올스타 시리즈 메뉴들을 200엔 할인하고 있다. 이건 먹을 수 밖에 없잖아.

(다른 할인권과의 병행이용은 안된다.)




이것이 올스타 텐동. 텐야의 인기 텐푸라를 모았다고 해서 올스타 텐동이다. 텐푸라 종류는 새우(海老), 오징어(大イカ), 가리비(ほたて), 잎새버섯(まいたけ), 연근(れんこん), 그리고 강낭콩(いんげん)이다.

미소시루(일식 된장국)이 덤으로 붙는다.




올스타텐동 小우동셋트 (アールスター天丼小うどんセット). 小우동은 小소바로 변경가능하다. 소바도 우동도 냉온중에서 고를 수 있다. 



무화과 튀김도 있구나. 상상도 안가고 엄두도 안난다. 패스.




전체 메뉴. 부수적인것들은 빼고 주요 텐동과 올려져있는 텐푸라를 소개하자면 

텐동(天丼) 500엔: 기본적인 텐동. 올스타보다 오징어가 작고 가리비, 버섯대신 흰살생선과 호박이 들어간다.

죠-텐동(上天丼) 690엔: 새우가 두마리.

에비아나고텐동(海老穴子天丼) 970엔 : 인기 텐푸라들과 함께 거대한 아나고텐푸라(穴子)가!

야사이텐동(野菜天丼) 550엔: 여섯종류의 야채 및 버섯 텐푸라.

에비야사이텐동(えび野菜天丼) : 야사이텐동 + 새우.

 올스타 텐동은 위에서 소개했으므로 생략.




텐동메뉴들은 테이크아웃도 가능하다.




점포 레이아웃은 이런느낌. 한쪽은 카운터석, 다른 한쪽은 테이블석이다.



텐야에서 식사를 하면 50엔내지는 100엔짜리 할인권을 준다. 그리고 300엔에 스탬프를 하나씩 찍어주는데 15개를 모으면 500엔 할인이다. 예전에는 점내식사와 테이크아웃 모두 찍어줬었는데 요즘은 테이크아웃만 찍어준다.



매월18일은 텐야의 날이다. 18일은 텐(Ten) +야(일본어로 八)라서 텐야의 날인듯 하다. 이날의 390엔의 상큐텐동을 먹을 수 있는데 상큐는 숫자 삼구의 발음도 되고 땡큐의 일본어식 발음도 되는 중의적인 표현이다.




가성비 갑인 상큐텐동의 모습.



가장 저렴한 500엔짜리 텐동에서 흰살생선과 강낭콩이 빠지고 연근과 오크라(オクラ)가 추가된 구성이다.

새우튀김이 포함된 텐동을 규동가격으로 먹을 수 있다는 것은 사실 거의 기적에 가깝다. 텐야정도면 맛도 양도 대만족. 그러나 어디까지나 패스트푸드화된 텐동으로서 맛있다는 것이지, 장인들이 하나하나 튀기는 제대로된 가게에 비할바는 아니다. 텐푸라는 사실 일본음식 중에서도 난이도가 매우 높은 음식으로 분류된다. 날씨와 습도의 미묘한 변화에 따라 튀기는 온도와 시간을 맞추지 않으면 맛이 크게 변한다던가. 그러나 텐야정도면 보통 기준으로는 충분히 만족할만한 맛이 아닐까 싶다. 가성비에서 텐야보다 높은 점수를 줄 만한 텐동을 만나기는 쉽지않을것이다. 이토록 까다로운 텐푸라로 사업을 성공시킨 비결은 무엇일까?


 텐야의 초기성공의 이면에는 종합상사 마루베니(丸紅)의 자본투입과 독자적인 튀김기계 개발의 성공이 있었는데, 창업당시의 이야기를 좀 풀어보자면.. 창업자 이와시타(岩下)는 텐푸라라는 인기 음식이 왜 체인점화 되지 못했는가에 착목을 했다고 한다. 텐푸라는 밑준비가 힘들고 요리사의 기량에 따라 맛의 차이가 매우 커져서 큰 비즈니스로 전개하기엔 힘든 음식이다. 그러면 텐푸라를 잘 만드는 기술이란 무엇인가를 연구하던 이와시타는 기름의 온도컨트롤이 열쇠라는 결론에 이르렀고 미세한 온도조절이 가능한 전기 튀김기를 개발하게 된다. 이 기계를 사용하면 템뿌라 장인이든, 초보자든 균일한 품질의 템푸라를 만들수 있다. 

 기술적인 문제를 해결한 이와시타의 다음 문제는 재료와 자본의 조달이었다. 템푸라의 꽃은 새우다. 이와시타는 새우를 취급하는 종합상사인 마루베니에게 협업을 제안했다고 한다. 마루베니 역시 새우의 안정적인 소비처가 필요했고 템푸라를 이용한 요식업을 스스로도 구상했었지만 이와시타가 초기에 직면한 기술적인 문제 때문에 보류하고 있었기때문에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서, 최종적으로 마루베니가 초기 자본금 1억엔중 75%를 출자하고 텐 코퍼레이션(テンコーポレーション)이라는 회사를 설립하여 텐동 텐야를 전개하게 되었다는 스토리이다. 참고로, 이와시타 본인은 5%를 출자, 식용유를 만드는 닛신제유(日清製油, 현재는日清オイリオ)가 20%를 출자했다. 그후 로얄 호스트(ロイヤルホスト)를 전개하는 로얄 홀딩스(ロイヤルホールディングス)가 텐 코퍼레이션을 인수하여 지금의 텐야는 마루베니와는 무관한 회사가 되었다.

 창업으로 부터 30년이 가까운 세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텐동 텐야의 라이벌 기업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수많은 창업자가 텐동 체인업에 도전했으나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텐야의 창업자 이와시타는 일본 맥도날드 초창기 멤버로 맥도날드에서 배운 시스템이 큰 참고가 되었다고 밝혔다. 일견 간단해 보이는 요식업이지만 보통의 사람들은 보지 못하는 맥도날드의 시스템의 본질을 꿰뚫고 템푸라에 적용했을 것이다. 튀김가루의 개발, 컨베이어식 기계에 의한 인건비의 삭감과 서비스 스피드 향상, 보완관계에 있는 기업과의 협업, 각종 재료의 조달과 보관의 노하우, 초보도 튀김을 만들수 있는 메뉴얼 작성… 내가 매월 18일 390엔에 텐동을 먹을 수 있는 뒷 배경에는 많은 사람들의 궁리와 지혜가 있는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