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제신랑 투고...)


 판테온을 보기 위해 길을 걷던중, 판테온 인근에 있는 미네르바광장(Piazza della Minerva)을 만났다.



 오벨리스크를 받치고 있는 코끼리가 인상적이다. 오벨리스크는 이집트의 이시스 신전에서 가져온 것인데 미네르바 성당을 개축할때 발굴되었다고 한다. 코끼리는 베르니니가 스케치한것을 그의 제자가 제작한 것이라고.

웃고 있는듯한 코끼리의 얼굴이 정겹다.


사진출처: 허핑턴포스트


 우리가 다녀가고 얼마지나지 않아서 코끼리의 상아부분이 관광객에 의해 파손되었다는 뉴스가 나왔는데 참 안타까운 일이다. 문화재의 보호책임을 가지고 있는 시당국은 상당히 고민이 많을 듯 하다. 도시전체에 산재해있는 분수며 조각이며 건물이 모두 귀중한 유산인 로마에서 물리적으로 이것들을 모두 보호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미네르바 광장에서 조금더 걸어 들어가자 판테온의 뒷태가 보인다. 색감이 뭔가 고대건물스럽다.





정면 모양은 뒷태와는 또 다른 분위기다. 그야말로 신전이라는 느낌.

 판테온(Pantheon)은 그리스어로 ‘모든 신들에게 바치는 신전’이라는 뜻이고, 기원전 27년에 만든것을 서기 125년에 하드리아누스 황제가 재건한 것이라고 한다. 가장 오래된 돔 건물로 2,000여년을 존재해온 건물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만큼 잘 보존되어있다. 43.3m 직경의 돔을 어떻게 그 시절에 지을 생각을 했는지 정말 놀라울 따름이다. 미켈란젤로도 판테온을 두고 ‘천사의 설계’라고 극찬했다고 한다. 판테온의 돔은 피렌체 두오모와 성베드로 대성당 같은 르네상스 시대의 건축에도 큰 영향을 끼친것으로 알려졌다.





돔의 최상부는 그냥 뚫려 있는데 오쿨루스(Oculus)라고 하는 이 구멍은 태양을 상징한다고 한다. 덕분에 비가 올때는 구멍으로 빗물이 뚝뚝 떨어진다.



 어쌔신 크리드: 브라더후드에서 에치오 아우디토레가 판테온을 기어올라가 오쿨루스로 잠입해 타겟을 암살하는 미션이 있다. 게임에서 접한 장소를 방문하게 되니 기분이 묘하다.





 고대로마가 다신교 국가였기 판테온도 모든신들에게 바치는 신전으로써 지어졌는데 기독교가 힘을 얻기 시작하고 부터 판테온은 성당으로 변모해서 '순교자들의 성모 마리아 성당(Chiesa Santa Maria dei Martiri)'으로서 1,000년 이상의 세월을 보내게 된다.

 아마 성당으로 변화하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온전히 남아있지는 못했을 것이다. 이정도로 원형을 유지하고 있는 고대 로마시대의 건축물은 판테온 외에는 없다는 것이 이를 반증한다. 성당으로 변모할때 함께 지어졌던 종탑들은 19세기가 되어서야 철거되었다고 한다. 물론 고대의 내부장식등은 이러한 변화들을 겪으며 상당히 훼손되거나 변질되었다.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2세, 라파엘로의 묘가 판테온에 있는데 영화 ‘천사와 악마’에서도 랭던교수 일행이 판테온의 라파엘로의 묘를 찾아오기도 한다. 



 판테온을 구경하고는 다음 목적지인 나보나 광장(Piazza Navona)으로 향했다. 나보나 광장주위는 차량통행이 안되는 곳이라 로마시내에서는 드물게 여유로운 기분이 드는 곳이다. 바로크양식으로 만들어진 나보나 광장은 이탈리아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광장중 하나로 꼽힌다.





 광장에는 3개의 분수가 있는데 북쪽에 있는것이 네투스의 분수(Fontana di Nettuno), 남쪽은 모로 분수(Fontana di Moro, 무어인의 분수라고도 함), 가운데 있는것이 피우미 분수(Fontana dei Quattro Fiumi)이다.






 모로분수와 피우미분수는 베르니니가 만든 것인데 특히 오벨리스크를 받치고 있는 피우미 분수가 유명하다. 나일강, 겐지스강, 라플라타강(남미), 도나우강을 각각 신의 모습으로 형상화 한것이라고 한다. 피우미 분수의 맞은편에 있는 것은 산타그네세 인 아고네 성당(Chiesa di Sant’Agnese in Agone)인데 이 것은 보로미니가 건축한것이다.



 일설에 의하면 베르니니와 보로미니는 라이벌 관계였는데, 보로미니가 지은 이 성당의 파사드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베르니니는 피우미 분수의 신들중 2명이 이 성당을 등지게 만들게 심지어 라플라타 강의 신은 성당이 언제 무너질지 몰라서 손으로 막고 있는 모습을 표현했다고 한다. 또한 눈을 가리고 있는 나일강의 신은 차마 성당을 쳐다 보기도 싫어하는 모습이라고 말해진다. 그러나 사실은 피우미 분수가 성당 파사드보다 먼저 완성되었기 때문에 이 이야기는 지어낸 이야기일 가능성이 높다.



 반나절 관광을 하고 나니 허기도 지고 다리도 아프고 딱히 먹고싶은 음식을 정해둔것도 아니라서 광장에 접해있는 레스토랑에 들어갔다. 음식은 좀 짠 편이었고 가격도 비쌌다. 역시 어느정도는 사전조사를 했어야했나.. 


** 방문시점은 2016년 5월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