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제신랑 투고...)


 일본의 마츠리(祭り) 시즌, 여름이 다가왔다. 드디어 우리 동네에서도 올해 첫 큰 마츠리가 개최된다. 츠루미구에서는 최대급 마츠리인 우시오다신사 레이사이(潮田神社例祭)가 바로 그것. 이때는 우시오다 마을 근방이 모두 마츠리 분위기로 물든다.



 우시오다신사는 JR츠루미역(JR鶴見駅) 또는 케이큐츠루미역(京急鶴見駅)에서 도보 15분정도 거리에 있고 창건시기는 불명확하나 카마쿠라시대(鎌倉時代)에 창건된 것으로 추정된다.




 마츠리라는 단어자체가 축제와 동의어로 많이 사용되는데 사실 마츠리는 ‘제사지내다’ 라는 뜻의 마츠루(祭る)의 명사형이다. 마츠리는 여러형태가 있지만 우시오다신사의 마츠리는 매우 전형적인 형태이다. 각 마을회(町内会)에서 미코시(神輿)를 떠받치고 마을을 돌아 신사로 가서 제(神輿神霊入れ)를 지내는 스타일인데 보통 신사내에 머무르는 신이 미코시를 타고 마을을 돌고 사람들이 무병장수나 풍년, 사업번창 같은 것을 비는 것이 일반적이다.

 도시나 마을에 따라 스타일이 조금씩 다른데 이곳의 경우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미코시 운반에 참여하고 있다. 이러한 행사를 마을 단위로 준비하는 것은 마을의 공동체 의식을 높여주는 아주 좋은 계기가 된다. 



 우시오다신사 레이사이의 경우 6월첫째주의 금요일에 신사에서 예제를 지내고 주말에 노점들이 들어선다. 마츠리는 마지막날인 일요일이 절정인데 아침 8시에는 우시오다신사에서 신사의 미코시를 꺼내는 미야다시(宮出し)가 진행된다. 오후5시에는 미코시를 다시 신사에 돌려놓는 미야이리(宮入り)가 실시된다.







 그뒤 일요일 오후1시경에는 혼쵸도오리 상점가에서 퍼레이드가 진행된다. 근처 초중학교 학생들의 악단퍼레이드, 여성들의 전통춤, 각 마을회에서 가지고 나오는 수레끌기, 어린이 미코시, 어른 미코시 순서이다. 아기들이 진베나 유카타를 입고 수레를 끄는 모습이 말도 못하게 귀엽다.

 평소에는 한산하던 혼쵸도오리(本町通り)상점가에 활기가 넘쳐난다! 



 우시오다신사 경내는 물론 신사옆 도로와 혼쵸도오리 상점가 모두 야타이(屋台=노점)로 넘쳐난다.

 이 근방에는 오키나와 출신 사람들과 중국, 남미출신 사람들도 많이 있어서 일반적인 마츠리 음식에 더해서 브라질요리나 중국요리, 오키나와 요리같은 것도 맛 볼 수 있는것이 특징이다.



 장난감 노점, 금붕어 잡기, 경품이 걸린 사격게임 같은것도 없으면 허전하다. 밤이 되어도 마츠리의 열기는 식기는 커녕 더 많은 사람이 몰린다.




마츠리는 역시 신나게 먹고 즐겨야지!

이것은 은어(鮎)소금 구이. 생각보다 비리지도 않고 맛있다.



 조제가 절대 그냥 지나칠수 없는 호르몬야키! (ホルモン焼き). 고소한 기름맛에 맥주가 술술 넘어간다.



 문어다리를 잘라서 넣는 일반적인 타코야키(たこ焼き)와는 차별화된 쭈꾸미가 통째로 투입된 타코야키!

반죽밖으로 막 튀어나온 쭈꾸미가 먹음직스럽다. 마츠리에서 무엇을 먹을지 고민될때 타코야키는 절대 후회없는 선택이다.




 신슈(信州)명물이라는 오야키(おやき). 채소류를 넣어서 만든 만쥬같은 음식. 고구마, 각종야채, 가지, 호박 등이 있었는데 이날 나의 초이스는 호박. 단단한 식감에 달달한 호박. 맛은 뭐 그냥 그랬는데 간식류 치고는 헬씨한 느낌이라 아이들 간식으로는 괜찮겠다 싶었다.



 예전부터 이런 마츠리 야타이에 한국식 호떡을 파는 모습은 종종 봐왔지만 올해는 호떡에 더해서 치즈핫도그가 등장했다. 한국에서 대인기! 같은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치즈핫도그를 파는 야타이가 족히 10개 정도는 되어보였는데 이런게 한국에서 정말 인기가 있었는지 어떤지 진위는 모르겠다.

 머스타드 소스, 케챱, 설탕 같은것을 취향대로 뿌려서 먹는다. 일부 소스제품은 한국산으로 구비되어있었다.



 기름기 많은 마츠리 음식사이에서 빈이가 먹을 만한 음식을 찾다고 구매한 베이비 카스테라. 맛이나 가성비따윈 기대하지 말자.



 파인애플도 맛있게 잘 먹어주었다.





 이 구역의 가성비 대장은 나야 나! 히로시마풍 오코노미야키(広島風お好み焼き). 오사카식과는 달리 히로시마식은 면이 들어간다. 500엔에 이 정도면 마츠리 야타이라는 것을 고려안해도 저렴하다고 할 수 있다. 히로시마풍 오코노미야키를 제공하는 야타이는 상당히 많은데 오사카풍이 하나도 눈에 안 띄는것은 왜 일까.



 맛이 없을래야 없을수 없는 오징어구이.

 한마리 통구이, 반신구이, 다리구이 중에서 고를 수 있다. 30대중반의 위 용량을 생각해서 반신(半身)정도로 해두었다.



 타코야키, 오코노미야키와 함께 마츠리 음식 3대장을 이루는 야키소바(やきそば). 역시 이걸 먹어줘야 마츠리 느낌이난다.



 야키소룡포(焼き小籠包). 일반적으로 쪄먹는 소룡포와 달리 구운 소룡포다. 일본식 교자(餃子) 처럼 한쪽면은 말랑하고 한쪽면은 바삭한 식감. 식초계열의 소스를 뿌려서 느끼함도 잡아줬다.



 카라아게(唐揚げ). 평범한 카라아게지만 막 튀긴 닭튀김이라 맛있다. 뭐 맛이 없기도 힘든 요리지.



 역시 마츠리에 빠지지 않는 쟈가바타-(じゃがバター, 찐감자에 버터바른것). 항상 궁금해 하기만 하다가 사먹어 본것은 이번이 처음인데 약간 실망스러웠다. 버터가 기대를 배신하고 심하게 싸구려 맛이라서...


이 외에도 면, 꼬치, 고기, 과일, 디저트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마츠리 음식은 무궁무진하다.

 사실 대부분의 마츠리 음식들은 언제든 사먹을 수 있는 것 들이지만 노점에서 먹는것이 더 맛있게 느껴진다. 분위기 탓일까. 

 다만 음료와 술은 그냥 근처 슈퍼나 자판기, 편의점에서 사는게 경제적이다. 노점에서 파는것은 물건은 똑같은데 가격은 2배다.



 바나나 타타키우리(叩き売り)도 볼 수 있다. 타타키우리는 재미있는 입담을 곁들여서 물건을 팔아치우는 스타일을 말한다.



 상점가 강아지도 마츠리 모드!






 작년 우시오다신사 레이사이 마츠리때는 빈이가 생후 2달때였다. 그 땐 빈이가 세상에서 젤 이쁜 아기인줄 알았는데 지금 그때 사진을 보니까 엄청 못생겼었구나. ㅎㅎ 그리고 엄청 작았었구나.




 올해 마츠리에서 찍은 빈이 사진. 1년간 많이컷다, 정말.


 매년 6~7월은 마츠리와 봉오도리(盆踊り)등 마을 곳곳에 크고 작은 축제가 끊이질 않는다. 올 여름도 우리 세가족 모두 포동포동 살찌는 소리가 벌써 들리는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