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신랑 투고...)


넉넉치않은 살림이지만 우리부부는 한국방문을 제외하고 매년 해외여행을 2회이상 다니고 있다.

다만 여행범위가 아시아를 넘지 못하고 있어서 작년 휴가기간엔 유럽이나 미주쪽 여행을 가고자 마음먹고 있던터였다.


당시 열심히 시청하고 있던 내친구의 집은 어디일까 (JTBC).

그곳에서 본 베네치아의 마을풍경. 토스카나의 자연등에 큰 감명을 받고 큰 고민없이 이탈리아를 여행지로 결정했다.


12일정도의 여행에 이탈리아만 둘러볼지 다른 유럽국가도 둘러볼지 잠시 고민이 있었지만 12일은 이탈리아만 보기에도 너무 짧은 시간이라는 결론에 이르렀고, 지금 돌아보면 그것은 매우 바른 판단이었다.


우선은 방문할 도시들을 선정한뒤 교통편을 알아보고 움직일 순서의 큰그림을 짰다.

최종적으로 결정한 순서는 로마 ⇒ 베네치아 ⇒ 피렌체 ⇒ 시에나 ⇒ 나폴리 ⇒ 로마.

우선 기차로 북으로 이동한뒤 남부로 이동하여 다시 수도로 돌아온다는 점에서 스리랑카 여행때와 거의 같은 움직임이었다. 


여행책도 구매하고 숙소도 구매하고 계획은 착착 진행되었는데 우리의 발목을 잡은것은 항공편이었다.

매년 5월초는 일본의 골든위크라는 연휴기간으로 비행기가 비싼 기간이다. 우리는 연휴를 남들보다 앞뒤로 길게 잡으며 비행기 요금 피크 날짜를 피했고 상하이를 1회경유하는 비행기를 선택해서 요금을 더 줄였다. 중국동방항공을 이용했는데 이게 패착이었다.


비행기 시간에 대한 정보가 수차례 바뀌며 우리에게 혼란을 주더니 경유가 된다 안된다 직원마다 말도 다르고 굉장히 관리가 어수선한 항공사라는 인상을 받았다. 결국 하네다에서 출발편은 연착을 했고 상하이에서 우린 전력질주로 로마행 비행기에 겨우 몸을 실을 수 있었다.

고된 몸으로 도착한 로마. 짐찾는 곳에서 아무리 기다려도 우리짐이 나오지 않는다.

설마... 그곳에서 중국동방항공을 대신하여 짐 핸들링을 하던 알이탈리 직원에게 묻자 우리 짐이 상하이에 남겨졌다는 것이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중국동방항공은 짐 분실 실종으로 악명높은 항공사였다.




그들의 제안은 우리짐을 다음날 항공편으로 싣고 와서 우리가 머무는 호텔까지 배달을 해준다는 것이었다.

달리 방법이 없었기에 알았다고 하고 우선 기차역으로 이동했다. 베네치아까지의 침대칸 열차를 예약했는데 그것까지 놓쳐서 우리의 여행을 망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다만 우리의 여행계획상 거의 매일 다른 도시에서 자게 되는데 여행 3일째에 피렌체에서 정확하게 짐을 받을 수 있을지가 걱정이었다. 거기서 짐을 수령못하면 여행내내 카메라등 중요한 물품없이 대부분의 물건을 현지조달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내 인생에 다시는 중국동방항공을 이용하지 않으리라 마음먹고 우선은 짜증나는 마음을 억누르고 즐겁게 여행하리라 자신에게 최면을 걸며 베네치아행 열차에 몸을 실었다.


이층침대가 좌우로 배치되어 있는 침대칸. 우리가 상하로 한쪽 이층침대를 차지하고 어떤사람들과 같은 칸을 사용할지 기다렸다.

한국사람들이었다. 여자 둘. 결혼을 앞두고 마지막으로 장거리 여행을 떠나온 여자분과 그 여행을 기꺼히 따라와준 친구분.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고 잠을 청했다.

새벽녁에 기차는 베네치아에 도착했고 날씨는 아직 쌀쌀했다. 우리의 옷가지도 모두 짐가방에 있었으므로 그 날씨를 오롯이 견딜 수 밖에 없었다. 

면도도 못한 얼굴로 기차에서 내렸는데 갑자기 화장실이 가고 싶어졌다. 기차역안에 있는 화장실을 이용하려 했는데 유료다. 돈내고 탄 기차에서 내려서 아직 역을 빠져나가지도 않았는데 1유로나 내고 화장실을 이용하라고?!?

이것이 유럽이구나..


에어비앤비를 통해 예약한 숙소의 주인에게는 아침일찍 도착해서 짐보관을 할 수 있도록 양해를 구한터였다.

숙소도 가까웠으므로 화장실은 우선 참기로 하고 역 밖으로 나갔다.


몸도 마음도 만신창이였지만 눈부신 베네치아의 아침이 우리를 맞이해주었다.



**방문시점은 2016년 4월하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