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제신랑 투고...)


 짐도 못찾고 제대로된 갈아입을 옷도 가지지 못한채로 ‘중국동방항공… 다시는 안탄다.’ 다짐 또 다짐을 하며 우선 베네치아 구경을 시작했다. 돈이 웬수지...두명 비행기 값이 고작 948달러였으니 평판이 좋지 않은 항공사라는걸 알면서도 뿌리칠 수 없었다. 상황은 좋지 않았지만 드디어 이탈리아에 왔으니 즐겁게 보내야겠다고 마음을 다잡았다. 좀 추웠지만 무거운 짐이 없으니 우선은 편하기도 했고.

 


산타루치아 역 (Stazione Venezia Santa Lucia)을 나와서 다리하나 건너니 바로 상상하던 베네치아의 풍경이 펼쳐졌다. 카메라도 여행계획도 뭣도 모두 짐가방에 있었고 너무 깊이 생각하기도 싫은 상황이라 베네치아에서는 그냥 마음가는데로 구경하기로 했다. 계획을 짜고 시간딱딱 맟춰서 움직이기엔 정신적으로 너무 피곤한 상태였다. 


우선 간단히 아침식사를 해결하기 위해 카페를 찾았다. 대충 트립어드바이저에서 괜찮아 보이는곳을 골라서 구글맵에 찍고 걸었다.

조용한 아침풍경이었지만 골목골목 분위기가 좋았다.


아침시장도 볼 수 있었다. 과일, 생선, 야채.. 다들 신선해 보였다. 떨어진 음식을 호시탐탐 노리는 갈매기들이 우리동네의 비둘기나 까마귀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었다.






지나가다가 그 유명한 리알토다리(Ponte di Rialto)도 지나가게 되었는데 보수공사 중이었다. 이런...  

그래, 대부분의 사람들은 온전한 리알토다리만을 봤겠지만 우린 희귀한 공사중인 리알토다리를 본거야. 긍정의 힘, 긍정의 힘.언젠가 베네치아를 간절하게 다시 방문하고 싶어지면 리알토다리를 못봤다는 핑계로 기획을 해봐야겠다.



리알토다리를 건넌곳에 위치한 카페에 자리를 잡았다. 간단히 요기를 하면서 사람들을 관찰했는데 작은 카페에 정말 많은 사람들이 서서 모닝 에스프레소를 즐기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앉아서 먹고 마시면 테이블차지가 들어서 그러는건지 다들 카운터에 상반신을 걸치고 커피와 머핀따위를 먹으며 분주한 분위기를 만들고 있었다. 먹고 마시는 종류가 달라서 그렇지 아침부터 외식산업이 이렇게 활발한 점은 마치 중국과 비슷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잠시 앉아서 따뜻한 걸 마시니 몸과 마음에 안정이 돌아왔다. 마침 근처에 산 마르코 광장이 있어서 그곳으로 가보기로 했다.






이른 아침의 산마르코 광장(Piazza di San Marco). 혹자는 이곳을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광장이라고 했는데 정말 눈으로 보면서도 믿을 수 없는 광경이었다. 텅빈 광장으로 진입할때 광장에 압도되는 느낌을 받았는데 그 감각을 잊을 수가 없다. 뽀얀 대리석 건물이 삼면을 둘러싼 형태가 마치 홀과 같은 느낌을 주는데 그래서 나폴레옹이 이곳을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응접실이라고 칭했나보다.




그리고 광장의 나머지 한 면을 차지하고 있는 산 마르코 성당 (Basilica di San Marco). 베네치아의 수호성인 성 마르코의 유해를 안장한 대성당이다. 모자이크와 조각하나하나 정말 정교한데 그 옛날에 어떻게 이런 건축물을 만들 수 있었는지 정말 경이로울 따름이다. 광장은 나중에 다시 오기로 하고 좀 더 마을을 구경하기로 했다.



 시내 곳곳에서 좁은 운하를 통과하는 곤돌라를 볼 수 있다. 요금은 80유로 플러스 팁이다(인원수와 관계없이!). 체력되고 노래 좀 하고 간단한 도시 소개만 할 줄 알면 누구든 곤돌라 뱃사공이 될 수 있을것 같지만 사실 이들 상당수는 4개국어 이상을 구사하고 이 일을 위한 전문교육을 수료한 사람들이다. 게다가 출생과 거주가 베네치아인 사람만이 지원을 할 수 있고 경쟁도 치열하며 선발 과정도 까다롭다고 알려져있다. 또한 자신의 곤돌라를 마련해야 하는데 제작이 모두 수작업이고 제조장인의 숫자도 적기때문에 구매비용도 상당히 비싸다고 한다. 수입은 매우 좋은 편이라 초기 투자비용은 금세 회수가 가능하다고 한다.




아직은 한산한 길을 걸어 숙소 쪽으로 향했다. 에어비엔비를 통해 구한 방은 주인의 양해를 얻어 정해진 체크인 시간보다 빠르게 열쇠를 얻을 수 있었다. 방은 훌륭했고 주인도 친절한 사람이었다. 관광지라 그런지 대체로 영어 의사소통에 큰 불편이 없는 점이 안심이었다. 우리는 베네치아 구시가지를 벗어나서 다른 섬을 구경하지도 않았고 일부러 유명한 곳을 찾아다니며 구경하지도 않았다. 가끔씩 지도를 힐끔거리며 걷고 또 걷고 지치면 카페나 패스트푸드점에서 쉬고 하는 식이었다. 골목골목 다 예뻐서 커브 틀때마다 셔터찬스다.


이곳의 마트도 들러보았다. 생각보다 식품가격이 쌌다. 일본에서는 딸기가 비싸서 잘 안사먹는데 이곳에서는 한국정도 가격에 살 수 있었다. 냉금 구매해서 맛있게 먹었다.




낮시간이 되자 도시는 점점 활기를 띄기 시작했다.



저녁이 될 때까지 정처없는 골목 투어를 계속했다. 재미있는 가게들과 볼거리들이 끊임없이 있어서 시간가는 줄 모르고 하루를 보냈다. 




확실히 이곳은 다른 어떤 도시와도 달랐다. 내가 이탈리아라는 나라를 구경하는 첫날이라 막연히 드는 느낌이 아니었다. 물과 갯펄위에 생긴 이 도시는 일본의 많은 신도시처럼 현대적인 간척공사를 통해 만들어지지도 않았다. 갯펄같은 지반위에 지어진 이곳의 건물들은 지반을 단단하게 다지는 간척공사와는 달리 건물을 짓기위해 수천 수만개의 통나무말뚝을 박아 그 위에 돌로된 건축 구조물이 올려진 형태이다. 어떤 의미로는 상당히 정교한 수상가옥들이 모여서 도시를 이루고 있는 형태라고도 할 수 있겠다. 



이런곳에 주택하나를 짓는것도 건축적인 난이도가 상당했을텐데 거대한 교회와 광장을 짓는 기초공사는 도대체 얼마나 많은 노력과 시간이 투자 되었을지..생각만해도 아찔 할 정도이다. 어째서 굳이 이런곳에 도시를 지어야했는지 의문이들정도이다.

 여행객들에게 매력적인 관광지이지만 이곳에 사는 사람들은 사실 엄청난 불편을 감수해야한다. 튼튼한 지반이 없는 곳에 현대적인 통신, 가스, 전기, 하수설비를 설치하는 것은 엔지니어링적인 관점에서 엄청난 도전이다. 이러한 특이한 구조를 유지, 보수해나가는것은 건설하는것만큼이나 어려운 일이다. 바닷물이 건물에 접촉해있는 상태라서 바닷물에 의한 침식, 부식을 방지하고 회복하는 것도 큰 과제다. 잦은 침수피해도 견뎌야한다. 게다가 유네스코 유산으로 등록된 지역이라 아주 작은 보수공사를 하려고 해도 관광서에 신고를 해야하며 행정처리도 한국처럼 빠르지 않다. 



그 중에서도 특히나 차량통행이 안된다는 것은 여행자에게도 크게 와닿는 이 지역의 매력이자 단점이다. 차가 없는 대신 모든 교통수단은 배가 대신한다. 대중교통, 병원선, 경찰선, 소방선, 심지어 쓰레기 수거도 배가 한다. 이 모든것이 도시의 원형을 유지하기 위함이다. 이렇게 힘들게 도시를 유지하고 있으니 다른 어떤 도시와도 다를 수 밖에. 

많은 나라에서 운하를 테마로 하는 도시를 두고 ㅇㅇ의 베네치아라고 하는데 일본에서는 야나가와(柳川)를 두고 일본의 베네치아라고 한다. 그러나 이건 마치 일본의 메시 구보(久保)와 진짜 메시 사이에는 넘을 수 없는 사차원의 벽이 있는 것처럼 일본의 베네치아와 진짜 베네치아는 차원이 다른 곳이다. 


**방문시점은 2016년 4월하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