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제신랑 투고...) 


드디어 도착했다, 피렌체! 

구찌, 살바토레 페라가모 등 명품 브랜드의 고향이자 르네상스의 본고장.

막상 피렌체에 도착하자 짐을 잘 찾을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두 배로 커졌지만, 피렌체에서 두오모를 볼 생각에 두근거림이 더 컷다. 

뭐 짐도 없으니 호텔에 짐 맡길 필요도 없이 바로 움직일 수 있으니 좋은 점도 있네. 긍정의 힘으로 우선 피렌체 어디에서든 보이는 붉은 돔을 향해 무작정 돌진했다. 얼마지나지 않아 눈앞에 피렌체 두오모가 모습을 드러냈다.





정말 믿을 수 없이 웅장했다. 건축물의 외관을 보고 이렇게 감탄한 적이 있었던가 싶다. 눈앞에 보고 있으면서도 현실처럼 느껴지지 않을 정도였다.

피렌체 두오모의 정식명칭은 산타 마리아 델 피오레 대성당(Cattedrale di Santa Maria del Fiore) ‘꽃의 성모 마리아’라는 뜻이다. 꽃이라는 뜻의 피오레는 피렌체의 옛이름이기도 하다. 간혹 두오모 성당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두오모 자체가 대성당이라는 의미이므로 두오모 성당이라고 하면 의미가 중복되는 어색한 표현이다. 한강 리버, 북한산 마운틴 같은 표현이랄까. 



시에나 등 중세시대의 경쟁도시에 비해 자신들의 대성당은 초라한것에 자존심 상한 피렌체 자치위원회는 국위를 고양시키기 위해 번영한 피렌체에 걸맞는, 다른 어떤 대도시의 대성당에도 뒤지지 않는, 토스카나지방에서 가장 호화로운 성당을 건설하기로 결정했다. (당시 피렌체는 파리나 런던보다 인구가 많을 정도로 번성했다.)

이에 13세기 말부터 설계, 건축이 시작되어 대규모 공사가 진행되었다.



그러나 거대한 돔 설계의 해답을 못찾고 표류하고 있던 이 성당의 건축에 필리포 브루넬레스키(Filippo Brunelleschi)는 버팀목도 없이 돔을 짓는 방법 파격적인 방법을 제시한다. 공사의 시작으로부터 100년이 훌쩍 지난 1420년에 이르러서 그의 설계덕분에 돔공사가 시작 될 수 있었고 1436년에 드디어 돔이 완성되게 된다. 이것은 역사상 최초의 팔각형 돔이고 건축상시 세계최대의 돔 이었으며 현재도 석재돔으로는 세계최대급의 규모이다. 이곳의 쿠폴라(Cupola, 돔형지붕)는 건축분야에서 르네상스 시대를 여는 기폭제가 되었다고 평가받는다.



성당 맞은편의 돔을 올려다 볼 수 있는 장소에 브루넬레스키의 조각이 세워져있다. 이곳에서 그는 자신이 후세에 남긴 업적을 계속해서 바라보고 있는것이다.



유럽 어느곳도 테러의 안전지대가 아닌만큼 이곳도 무장한 군인들이 경비를 하고 있다. 군인들을 직접적으로 촬영하면 제지를 받을 수 있으니 주의하자. 피렌체 두오모는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장소이지만 대히트작 소설이자 영화로도 제작된 냉정과 열정사이의 배경으로 등장한 이력 덕분에 일본인들에게 특히 인기있는 스팟이다. 





두오모의 바로 옆에 정방형의 탑이 하나 솟아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바로 죠토의 종루 (Campanile di Giotto)이다.



조금떨어져서 보면 종루와 성당이 바로 근접해서 위치한것을 볼 수 있다.



종루는 80미터이상의 높이로 상부의 테라스에 오르기 위해서는 414개의 계단을 올라야 하는데 계단통로는 매우 좁아서 사람이 많을때는 오르내리기가 쉽지 않다. 오픈시간에 맞춰 일찍 올라갈 것을 추천한다. 우리가 갔을때는 비가 와서 그런지 비교적 한산했다.



계단을 오르는 것은 고달프지만 중간중간에 주위 풍경과 쿠폴라를 감상할 수 있기 때문에 견딜만 하다.


마침내 꼭대기에 오를 수 있었다. 쿠폴라위에도 사람들이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쿠폴라는 종루보다 계단수도 몇 십단 더 많고 높이도 수 미터 더 높다. 종루보다는 쿠폴라위의 전망대가 풍경을 더 잘 볼 수 있지만 쿠폴라를 위에서 바라보기위해서는 종루를 올라야한다.




두오모 근처의 또 하나의 명소는 산 조반니 세례당(Battistero di San Giovanni)이다. 12세기에 건립된, 피렌체에서 가장 오래된 종교건물이다.



팔각형건물에 지붕은 첨탑모양을 하고 있는데 종루에서 바라보면 이런 모습이다. 원래는 예배당으로 지어졌으나 대성당의 건립을 계기로 14세기 중반에 세례당으로 개보수되었다. 위대한 시인 단테도 이곳에서 세례를 받은것으로 알려져있다.




건물안에는 교황 요하네스 23세(Antipope John XXIII) 무덤의 무덤을 볼 수 있는데 이것은 도나텔로가 제작한 것이다.



천장은 13세기의 모자이크화인 최후의 심판과 성경에 관한 여러 장면들로 장식되어 있다.



이곳에는 3개의 브론즈문이 있는데 로렌조 기베르티(Lorenzo Ghiberti)가 제작한 동쪽문이 가장 유명하다. 원래는 다른 문이 있었지만 흑사병이 물러간 것을 기념하여 세례당의 동쪽문을 새롭게 제작하기로 했다. 1401년에 공모전을 개최하여 제작자를 결정하였는데 이런식으로 제작자를 결정한것은 이곳이 최초라고 한다. 기베르티와 함께 최종후보2인에 오른것이 바로 쿠폴라를 건축한 브루넬레스키였다. 청동문의 제작은 기베르티의 승리로 끝났지만 훗날 쿠폴라건축의 설계공모에서도 두 사람이 경쟁하여 결국 브루넬레스키가 승리하게 된다.

기베르티는 20여년의 세월을 들여 자신의 제자들과 함께 청동문 제작에 매진한다. 청동문에는 성경의 여러 장면들이 표현되어 있는데 청동문의 중앙에 입체적으로 세겨진 얼굴들 중에는 기베르티 자신의 얼굴도 포함되어있다. 훗날 미켈란젤로가 이 청동문을 보고 ‘천국의 문을 보는 것 같다’고 극찬하면서 천국의 문(Porta del Paradiso)이란 별칭으로 전세계에 알려지게된다.

그러나 세례당에서 현재 볼 수 있는 천국의 문은 복제품이다. 진품은 대성당 뒤에 위치한 두오모 박물관에서 볼 수 있다.


피렌체에서 두오모를 구경한 그날 밤 비를 뚫고 택배아저씨가 마침내 우리에게 짐을 배달해 주었고 드디어 면도도 하고 옷을 갈아입을 수 있었다.







짐을 찾고 한층 밝아진 우리부부 마음만큼이나 피렌체에서 맞이한 둘쨋날의 날씨는 쾌청했고 두오모는 더욱더 빛나 보였다.



날씨가 맑아지니 사람들도 바글바글.


두오모박물관, 조토의 종탑, 쿠폴라, 성당 지하박물관, 세례당 중에서 두 곳 이상을 입장한다면 두오모 통합권을 사는게 이득이다. 24시간권이라 우리는 쿠폴라를 둘쨋날 오르려고 했는데 미사 일정에 딱 걸렸다. 쿠폴라와 종루의 순서를 바꿨어야 했는데... ㅠㅠ 자신의 방문날짜와 성당의 행사정보를 파악하여 계획을 짤 필요가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