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종합상사 (総合商社)



일본에서 생활하는 모습을 기록하는것 외에도 누군가에게 읽을거리를 제공할 순 없을까 고민하다가 일본의 산업별 대표기업들을 소개하는 시리즈를 써보기로 했다.

시리즈의 첫 번째로 무엇을 쓸까 고민끝에 일본의 독특한 기업형태인 종합상사를 소개하기로 했다. 워낙에 유명한 기업들이지만 짚지않고 넘어갈 수 없는 부분이기때문에 내 나름대로의 글로 끄적여본다.

종합상사를 알아가는 첫번째 키워드는 5대상사가 아닐까 싶다. 이들 5대상사는 물론 매출액/이익의 규모가 크고 사업의 범위가 매우 광대하여 일본의 수많은 상사들 중에서 5대상사라고 차별화되어 불리는 것이다. 연봉도 높고 해외근무 기회도 많아서 취업시장에서의 인기는 절대적이다. 많은 명문대학 졸업생들이 이들 회사에 취업하지만 특히 소케이(早慶, 와세다 케이오의 줄임말)출신이 많다. 5대상사는 모두 동경증시1부에 사장 되어 있고 배당률도 높은 주식으로 알려져있다.

전통적으로 상사는 무역회사(트레이딩컴퍼니)로 알려져 있으나 지금은 사업투자회사(인베스팅 컴퍼니)로 보는것이 더 타당하겠다. 무역 및 판매중개사업은 지금의 5대상사에게 있어서 매출의 매우 작은 부분을 차지할 뿐이다.

이들의 투자가 여타의 투자은행이나 펀드회사와 다른 점은 자금의 투입뿐아니라 사람을 투입함으로써 투자처에 대한 지배권을 매우 강하게 지닌다는 점에 있다. 또한 단순히 유망한 사업에 투자하여 주식차액을 노리는 것이 아니라 광범위한 인맥과 정보력을 바탕으로 투자처의 사업을 이끌어 간다는 부분도 차이점이다.

우리나라의 대표적 종합상사인 포스코대우, 삼성물산, LG상사, 현대상사등도 이들을 사업모델로 탄생, 성장하였고 지금도 이들의 트렌드를 따라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규모면에선 일본의 5대상사가 훨씬 크다.

 



1. 미쓰비시상사 (Mitsubishi Corporation, 三菱商事, 미쯔비시쇼-지)  

매출 6조4천억엔, 당기순익 4천8백억엔  2016년도 IFRS회계기준

5대상사의 맏형은 누가뭐래도 미쓰비시상사다. 한국과는 땔래야 땔 수 없는 역사를 지닌 기업이다. 전범기업의 대표격인 미쓰비시그룹의 적통회사라고도 할 수 있겠다.

2015년도 결산에서는 창업이래 첫 적자를 기록하는등 자원가격 하락의 직격탄을 맞았으나 1년만에 이익규모에서 5대상사의 정상의 자리로 복귀했다. 일본의 수많은 상사들이 사명에 쇼-지(商事)라는 이름을 넣는데, 그냥 쇼-지라고 말하면 미쓰비시상사를 뜻한다. 5대상사중에도 商事가 붙는 회사가 둘이나 더 있는데도 말이다.

2차대전후 미국에 의해 일본의 재벌들이 해체될때 미츠비시상사도 갈기갈기 찢겨졌었지만 아시아에서의 중국과 러시아 등에 대한 견제세력으로 일본을 키울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미국이 재벌기업활동제한을 완화하며 미쓰비시상사의 분산 회사들이 대통합을 이루어 다시금 대기업으로서의 진용을 갖추었다.

박정희 전 대통령과 긴밀한 관계를 가진 기업으로도 전해지고 있으며 미쓰비시상사가 참여한 서울매트로, 포항제철소 건설 수주과정에서 모종의 뒷거래가 있었다는 의혹도 있다.

일반인들에게도 친숙한 편의점 로손(Lawson, ローソン)의  대주주로 로손의 사장을 미쓰비시상사에서 파견하는등 해외법인, 100%자회사 및 지분법 적용회사 등을 포함하여 600개 이상의 회사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INPEX같은 자원개발전문 회사와 함께 일본의 에너지자원 확보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2. 이토츄상사(Itochu Corporation, 伊藤忠商事, 이토츄쇼-지)

매출 4조8천억엔, 당기순익 3천5백억엔  2016년도 IFRS회계기준



19세기 중반 이토 츄베이(伊藤忠兵衛)가 의복행상을 하며 창업한 것이 기업의 기원으로 되어있다. 1년전이었다면 미쓰비시상사에 이어 두 번째로 기술되는 것은 미쓰이물산이었을 것이다. 내가 이토츄를2번째로 쓴 것은 그만큼 이토츄의 위상이 높아진 반증이라 하겠다. CEO오카후지씨는 자원분야에 대한 투자를 도박에 비유할 정도로 경계심이 강한 인물로, 비자원분야 사업다각화 통해 안정적인 수익기반을 마련했다. 2015년도엔 처음으로 일본 종합상사 중 연간순이익에서 1위를 차지했다. 그것도 압도적으로.  오카후지 사장의 장기간 연임에 대해 후계인재 부족에 대한 불안을 토로하는 목소리도 있다.  

분야에 따라 7컴퍼니로 조직이 나누어져 있는데 순이익을 각각 십수퍼센트씩 나누고 있는, 매우 리스크분산이 잘 된 포트폴리오를 보여주고 있다. 특히 섬유분야는 다른 종합상사와 비교해 이토츄가 강점을 가지는 분야인데 의류의 소재 – 제작 – 브랜드까지 유통의 상류 중류 하류까지 골고루 손을 뻗혀 있다. 친숙한 브랜드인 Converse, Outdoor, Paul Smith, AirWalk, EDWIN 등의 일본판권을 가지고 있다.

또한 이토츄는 편의점 체인인 패밀리마트의 대주주이다. 최근 패밀리마트와 유니그룹(편의점 서클케이 및 슈퍼마켓 체인)의통합을 성사시켜 패밀리마트를 일본 제2의 편의점으로 만들기도 했다. (점포수 기준. 1위는 세븐일레븐) 바나나로 유명한Dole 등의 일본 판매권도 쥐고있다. 이토츄는 현대중공업의 알제리 LNG선 수주를 중개하며 한국에 이름을 알리기도 했다.


3. 미쓰이 물산 (Mitsui & Co.,, 三井物産, 미쯔이붓산)

매출 4조3천억엔, 당기순익 3천2백억엔  2016년도 IFRS회계기준

메이지시대 초기부터 지금의 종합상사와 비슷한 형태의 기업활동을 시작하여 일본최초의 종합상사로 일컬어진다. 쇼지가 미쓰비시상사를 가리키는 것 처럼, 일본의 상사에는 붓산(物産 물산)이라는 이름을 쓰는 상사는 무수히 많지만 그냥 붓산이라고 말하면 미쓰이물산을 지칭한다. 메이지시대의 일본기업의 해외진출은 기본적으로 미쓰이물산을 통해서 이뤄질만큼 일찍부터 활발하게 해외진출을 했던 기업이다.  2차대전후 기업분할에서 통합의 과정은 미쓰비시상사와 비슷하다. 일본에서는 조직의 미쓰비시, 사람의 미쓰이 라고 부를만큼 인재를 중용한다.

미쓰이물산은 세븐일레븐과 협업관계에 있다. 다만 지분은 2%미만으로 미쓰비시상사가 로손을 지배하고 이토츄가 패밀리마트를 지배하는 것같은 구도는 아니다. 철광석 에너지자원등 자원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미쓰이물산이지만 자원분야에 의존도가 높다는 지적을 받는다. 실제로 자원가격하락 시기에는 경영성과에 심대한 타격을 입기도 했다.


4. 스미토모상사(Sumitomo Corporation, 住友商事, 스미토모쇼-지)

매출 4조엔, 당기순익 1천8백억엔  2016년도 IFRS회계기준

미쓰비시, 미쓰이와 함께 일본의 삼대재벌을 이루는 스미토모 재벌. 2차대전까지 스미토모만이 독립된 상사를 가지지 않고 있다가 전후에 스미토모상사가 탄생했다.

스미토모상사의 투자에 관해서는 ‘돌다리를 두드려보고도 건너지않는다’라고 할 정도로 신중하고 견실한 경영이 특징이다. 기계, 금속, 환경, 인프라, 미디어 및 부동산 등 다양한 분야에서 고르게 이익을 올리는 기업이지만, 자원분야에선 오랜기간 힘을 못써왔다. 기업의 탄생이 다른 종합상사보다 늦은것이 이유라고 여겨진다. 2000년 초기에서 2010년대 초기에 이르기까지 경쟁사들이 자원개발로 막대한 이익을 올리는 가운데, 스미토모상사는 메이져급 자원개발기업과 관계를 못 맺어온 결과 대규모 자원개발사업에서 배제되는 패턴의 반복에 초조함을 느낀 나머지 무리하게 쉐일오일 사업에 뛰어들었다가 개발과정에서 막대한 손실을 초래한 전력도 있다.

 

5. 마루베니(Marubeni Corporation, 丸紅, 마루베니)  

매출 1조1천억엔, 당기순익 1천5백억엔  2016년도 IFRS회계기준



이토 츄베이가 창업한 벤츄(紅忠)의 몇몇 사업이 합병과 분리를 거듭하며 현재의 이토츄상사와 마루베니로 이어졌으니 이 둘은 같은 뿌리를 가진 기업이다. 전(戦)후 미국의 재벌해체 작업이 없었다면 이토츄와 마루베니는 같은 회사가 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마루베니는 세계각지에서 발전사업을 전개하는데  발전출력 규모면에서 다른 상사를 압도한다. 또한 곡물거래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내는데 곡물 취급량 세계1위의 회사라고 자칭하고 있다. (6700만톤)

다른 특징적인 부분으로는 일본의 커피시장에서 30%쉐어를 가지고 있다거나 전세계 에틸렌의 30%쉐어를 가진것으로 유명하다.


이상 5대상사에 관해 기술했다.

이들 5대상사에 토요타통상, 소지츠를 더해 7대상사라고 부르며 종합상사라 함은 이 7개의 회사만을 지칭한다.

 

6. 토요타통상 (Toyota Tsusho Corporation, 豊田通商, 토요타 츠-쇼)  

매출 5조8천억엔, 당기순익 1천3백억엔  2016년도 IFRS회계기준

토요타자동차, 다이하츠, 스바루, 히노자동차 등의 차량 및 부품 수출을 중심으로 화학 기계 금속 에너지 등의 사업을 전개한다. 킨키대학과 협업하여 쿠로마구로(흑참치) 양식에 성공하여 주목을 모으기도 했다.


7.소지츠 (Sojitz Corporation, 双日, 소지츠)  

매출 1조5천억엔, 당기순익 4백억엔  2016년도 IFRS회계기준

민간항공기 판매등에 강점을 가진다. 사명은 한자로 쌍일인데 일(日)로 시작하는 사명의 회사 두개가 합병하여 탄생하여 双日이다.


* 개인의 소견으로 작성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