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나다루와 오-무로야마를 본 뒤 숙소가 있는 이토(伊東)역으로 이동했다. 많이 걸어서 살짝 피곤했던지라 숙소에서 샤워와 휴식을 취한뒤 근처 탐색에 나섰다. 딱히 이 근방의 정보를 알아보고 온 것은 아니라서 정처없이 바다와 강을 보며 걸으며 역에서 챙겨온 맵을 보며 갈만한 곳을 스캔했다. 




첫 번째로 방문한 곳은 나기사공원(なぎさ公園). JR이토(伊東)역에서 동쪽으로 도보 15분정도 거리에 있다. 이토시의 시(市)승격 30주년을 맞이하여 만들어진 공원이다. 이토시에서 활동하는 조각가의 작품들이 설치되어 있다.




흥미로운 조각들뿐만아니라 시원한 바닷바람도 쐴 수 있는 공원이다.




공원을 본 뒤에는 시내에 족욕탕이 있다고 하니 우선 그쪽으로 향했다. 동네를 가로지르는 강, 마츠카와(松川). 운치있네.




마츠카와 주변에서 인상적인 건물을 발견했다. 존재감 발군의 3층 목조건물로 간판에는 동해관(東海館)이라고 써있다.

나중에 찾아보니 창업90년정도되는 전통있는 온천이자 이토시의 시지정 문화재라고 한다. 입장료200엔, 온천에 들어가는 경우 입욕료 500엔이다.





계속해서 족욕탕이 있는 마츠카와공원을 향해 걸어갔다. 쇼핑 아케이드를 통과해서 가는데 열려있는 가게가 거의 없다. 이제 해가 막 지는 초저녁인데... 거 참.



드디어 도착한 마츠카와 공원의 족욕장. 그런데 웬걸, 오픈시간이 저녁5시까지다. 이미 가동종료.. 이런...

좌석이 젖어있는걸로 봐서 좀 전까지 사용되고 있었던것 같은데, 아쉽다.


족욕탕으로 하려했던 힐링까지 먹을걸로 채워야겠다. 온천가에 위치한 상점 밀집지역인 유노하나도오리(湯の花通り)로 이동하여 가게들을 스캐닝하다가 유독 인기있어보이는 이자카야(居酒屋)를 발견.



라쿠미야 마루겐(楽味家まるげん). 가게이름뒤에 본점, ㅇㅇ지점 등의 표현이 없는걸로 봐서 체인점은 아닌듯 하다.




초저녁임에도 벌써 줄이 어느정도 생겼다. 우선 대기자 명부에 내이름을 적고 기다렸다. 잠시후 가게직원이 따뜻한 차를 가지고 나와 줄 서 있는 사람들에게 나누어줬다. 이런 세세한 배려가 있는 가게는 흔치않다.

삼십여분 기다려서 드디어 입장.



역시 장사가 잘 되는집은 활기가 넘친다. 보통의 이자카야에는 혼자오는 손님들이 앉는 카운터석이 있게 마련인데 이곳에는 카운터석이 없다. 좌석은 테이블석 또는 다다미방 좌식 두가지.





우선은 병맥하나 시켜서 한 잔씩 목을 축이며 천천히 메뉴를 보았다. 

이 지역의 특산물인 킨메다이(金目鯛, 금눈돔)외에도 우즈와(うずわ, 물치 다래)라는 생선이 이 가게의 명물인 모양이다. 킨메다이는 다른곳에서 먹었고, 우즈와는 잘 모르는 생선이라 오늘은 모험을 하기 싫었기때문에 둘 다 패쓰.




 아지(アジ)플라이! (일본어로는 Fry나 Fly나 발음이 같다.) 요시오(よしお)군이라는 저 캐릭터를 이용한 재미있는 그림들이 메뉴속이나 벽에 저기저기 붙어있다. 그림뿐 아니라 메뉴이름도 바다의 알파치노 라던가 말린 화성인, 드라이 돌핀 등 재미있는 이름들이 몇 몇 섞여있다. 기본적으로 해산물이 다양한 가게이지만 일반메뉴도 다양하다. 게다가 저녁시간에도 정식메뉴를 제공하고 있어서 비교적 저렴하게 배불리 먹을 수 있다. 일본 사람들은 술자리를 가지면 마지막은 면이나 밥으로 끝내고 싶어하는데 이것을 시메(〆)라고 한다. 이곳은 시메 메뉴도 충실하다.

 


이지역 물고기로 만든 사시미 정식(地魚刺身定食)





이카멘치(イカメンチ) 590엔. 이카=오징어, 멘치= 다진고기라는 뜻의 mince의 일본식 발음.

탄력있는 오징어가 듬뿍듬뿍. 진짜 맛났다. 590엔? 정도.



이건 호타테(가리비)버터였던가.. 잘 기억이..




고등어 사시미(サバ刺身).





오징어 교자(イカ餃子).


정말 하나하나 다 맛있게 먹었다. 관광지에서 이렇게 만족스런 이자카야를 만나다니 운이 좋았다.

추천 도장 쾅. (이토역에서 도보 5분내외, 静岡県伊東市猪戸1-4-1, 저녁은 17시 오픈)

이토에서의 밤은 만족스럽게 부른 배를 쓰다듬으며 꿀잠으로 보냈다.


다음날은 오-무로야마, 마츠카와와 함께 이토팔경(伊東八景) 중 하나로 알려진 죠가사키해안(城ヶ崎海岸)으로 가기위해 아침부터 호텔을 나섰다. 전철역으로 가기위해서는 전날 저녁을 먹은 마루겐이 위치한 유노하나도오리 상점가를 통과해야한다. 전날 오전 방문했던 카와즈 나나다루(河津七滝)처럼 유노하나도오리에도 칠복신들이 곳곳에 숨어있다.




게다가 이곳의 칠복신들은 오유카케 칠복신(お湯かけ七福神) 즉, 온천물을 끼얹는 칠복신인것이다. 칠복신들의 발 아래에 온천물이 흐르는데 이것을 끼얹어서 반짝반짝하게 만들어주자. 오유카케 칠복신들은 이 곳에서 매우 사랑받는 존재들로, 매년 7월에는 오유카케 칠복신 마츠리가 열릴정도이다.

참고로 칠복신의 종류와 효엄은 이렇다.


 후쿠로쿠쥬(福禄寿)  불로장생

호테이(布袋): 애정운, 사업성공.

주로진(寿老人) 건강장수, 교통안전.

벤자이텐(弁財天) 학술적 예술적 능력.

비샤몬텐(毘沙門天): 액막이, 용기, 인망, 복

에비스(恵比寿) 상업번창, 풍어(豊漁), 항해안전

다이코쿠텐(大黒天) 오곡풍년, 음식업등의 번창


예전에 이지역에서 금으로된 벤자이텐이 발굴됐다고 하던데, 그 때문에 이렇게 칠복신을 좋아하는건지 모르겠다.


아직 오전이라 가게를 연곳이 많지 않았는데 심지어 비도오고해서 실내에서 아침밥 먹을 수 있는곳이 간절했다. 유노하나도오리 초입에 큰 차(茶)판매점이 있길래 잠시 비도 피할겸 들어가봤다. 


이토에서 유명한 구리차(ぐり茶)를 만드는 이치카와세이차(市川製茶)라는 회사의 판매점이다.

타마녹차(玉緑茶)라고도 하는 구리차는 센차(煎茶, 달인엽차)와 비슷한데 제조공정 마지막에 찻잎의 모양을 정리하는 공정이 생략되어 잎이 동글동글하게 된다고 한다. 일본어로 구리구리(ぐりぐり)는 동글동글이라는 뜻인데 이러한 연유로 구리차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이치카와세이차는 1919년부터 차를 만들어왔다고 한다.

이곳의 1층은 차와 큐수(急須, 차 주전자), 찻잔 등의 도구 뿐아니라 차와 함께 먹으면 맛있는 과자들도 판매하고있다. 기념으로 구리차를 한포 사봤는데 맛났다~. 게다가 2층은 이치카와세이차의 카페 & 레스토랑 코너였다. 구리차를 이용한 다양한 음식들을 맛볼 수 있다. 때마침 비를 피해 아침식사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아침 10시부터 이용가능)


모처럼 차 전문점에서 식사를 하니까 이런 메뉴를 선택해보았다.



녹차 일식다시 차즈케(緑茶の和風だし茶漬け). 780엔. 보기만해도 헬씨하고 맛있을 것 같다. 카야쿠고항(かやくごはん, 우엉이나 유부등 쌀 이외의 것을 같이 넣고 지은 밥)에 야쿠미(薬味, 고명)는 생선도 있다. 오차즈케에 빠질 수 없는 우메보시(梅干, 메실짱아찌)를 포함해 쯔케모노(漬物, 절임)가 4종류. 아침밥으로 이보다 적절한 메뉴가 있을까.

참고로 밥에 차를 넣어먹는 요리를 차즈케(茶漬け)라고 한다. 보통 단어를 순화하고 공손한 표현을 만드는 접두사인 오(お)를 붙여 오차즈케라고 부른다.


야쿠미를 얹어서 차를 부으면 된다. 녹차도 종류를 선택 할 수 있다. 구리차(ぐり茶), 현미구리차(玄米ぐり茶), 소바차(そば茶), 호지차( ほうじ茶, 볶은 차잎으로 달인차) 중에서 고르면 된다. 모처럼이라 우리는 구리차를 선택했다. 음... 사진을 올리면서도 또 먹고싶어진다.




이름이 잘 생각이 안나는데, 저 면은 차를넣어만든 소바면이었던것 같다. 가격은 700엔 전후. 이 외에도 차로 만든 파스타면, 우동면 등도 있고 구리차 라떼, 차를 넣어 만든 롤케익, 차가들어간 바움쿠헨(Baumkuchen), 차가 들어간 도라야키(どら焼き), 차맛 아이스크림, 차가 들어간 메뉴가 다양하다. 차를 좋아하는 사람에겐 천국같은 가게일 듯. 게다가 구리차를 이용한 음식은 다른 곳에서 들어본적이 없다. 음식도 정말 맛있었다.




창 바깥은 카레산스이(枯山水)풍으로 꾸며져있다. 개방감 있으면서도 바깥사람들과 눈마주칠 없는, 아주 일본스러운 느낌이다.  묻지고 않았는데 먼저 다가와서 사진찍어주겠다고 권하는 붙임성있는 종업원들까지, 맛, 가격, 친절 삼박자를 고루갖춘 가게 이치카와.. 추천한다. (이토역에서 도보5분내외, 静岡県伊東市猪戸1-2-1)



가게 외양은 이런 느낌이다. 어느덧 비가 그쳤네.. 맛있는 음식으로 몸도 마음도 리프레쉬된 느낌. 이제 이토역에서 전철을 타고 죠가사키해안(城ヶ崎海岸)역으로 이동해야한다. 이즈여행의 마지막날이라는 것이 아쉬운 아침이다.


** 방문시점은 2014년 9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