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도 좋은데 상쾌하게 산책할 곳으로 어디가 좋을까...가까우면서도 새로운 외출 목적지를 찾다가 문득 메이지신궁(明治神宮)이 떠올랐다. 아직 관동지역은 본격적으로 단풍이 들지않아 돈을 들여가며 다른지방으로 가기엔 좀 아쉬운 시기이고 집 근처 공원으론 성에 차지않던차에 메이지신사정도면 딱 좋은 곳이라고 생각하고 정보를 찾아보기 시작했다.


우선 무엇보다도 신경이 쓰였던것은 주차장이었다. 메이지신궁은 번화가인 하라주쿠(原宿)역 바로 뒤에 위치한 장소이기 때문에 주차장비용이 터무니없이 비쌀 수 있기 때문에 여차하면 전철을 이용해야했기 때문이다. 근처 주차장 시세를 알아보니 역시나 매우 비쌌다. 10분에 150엔이라니. 그런데..! 메이지신궁의 자체주차장은 오전6시부터 저녁5시까지 무료라고 하는 정보가! 검색결과에 따르면 메이지신궁의 무료주차장은 세 군데가 있는데 제1주차장(약60대), 제2주차장(약30대), 그리고 제3주차장(약30대)이다. 결혼식이나 신사에서 행해지는 유료행사를 예약한 사람들을 위한 무료주차장은 또 별도로 있다고한다.


글 제목이 메이지신궁을 무료주차장 취급한것 같아서 좀 그렇긴 한데 그만큼 도쿄도심에서 저렴한 주차장을 확보하는 것은 중요한 이슈이다.



11시가 좀 덜 되서 도착을 했는데 도착하고 보니 제1,2,3주차장은 이미 만차상태. 임시주차장을 마련했다고 해서 그쪽으로 이동했다. 신궁안쪽이라 서행하긴 했지만 10분정도는 안으로 들어간것 같았다. 임시주차장 입구에 도착해보니 차들이 행렬을 이루고 있었다. 야스쿠니신사(靖国神社) 만큼은 아니지만 우익세력들 차량도 많이 보였는데 그 사람들 활동자체가 마음에 안드는것과는 별도로 쓸데없이 주차장을 점령하고 있는 그들의 큼지막한 자동차들이 얄미운 날이었다. 의외로 주차장 진입하기까지는 별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임시주차장은 콘크리트바닥이 아닌 잔디밭에 마련되어 있었는데 족히 100대는 넘는 차들이 주차되어 있었다. 오프로드(?)는 처음으로 밟아본 우리 흰둥이. 딱히 시간제한도 없이 무료로 주차가 가능하다니...정말 좋았다.ㅎㅎ



도대체 뭣 때문에 임시주차장까지 마련해야했을까 싶었는데 바로 시치고산 모우데(七五三詣)시즌이었던 것이다. 시치고산(七五三)은 한자그대로 7세 5세 3세의 아이들의 성장을 기원하는 행사인데 그중에서도 신사에서 아이의 성장을 비는것을 시치고산 모우데라고 한다. 정식으로는 음력의 햇수 나이로 7,5,3세에 행하는것이 제대로 된 것이지만 지금은 보통 양력 만나이로 행해지는것이 일반적이다. 또한 7+5+3=15라서 11월15일이 시치고산 모우데의 날이지만 지금은 편의상 11월 초순에서 중순의 시간을 낼 수 있는 날 하면된다. 3세의 남녀아, 5세의 남아, 7세의 여아가 기원의 대상인데, 이날도 귀엽게 기모노를 입고온 아이들이 많았다. 사진을 찍고 싶었지만 일본에서 허락없이 아이사진을 찍는것은 실례가 될 수 있으니까 패스.


일본의 제122대 천황인 메이지 천황(明治天皇)이 1912년 사망하고 1920년에 메이지 천황과 쇼켄 황태후(昭憲皇太后)를 기리기 위해 메이지신사가 창건된다. 메이지시대를 통해 일본이 근대화 되고 부국강병을 달성해 세계적인 강대국으로 거듭났기 때문에 메이지천황은 일본사람들이 가장 존경하는 인물중 하나로 남아있다. 메이지 시대가 한국에 남긴 아픔을 생각하면 좀 착찹하지만 그 시기에 일본이 이룩한 것들을 고려하면 일본 국민들의 심정은 이해가 간다. 

일본사람들은 새해첫날 신사에서 기도를 드리는 풍습이 있는데 이를 하츠모우데(初詣)라고 한다. 전국의 수 만개의 신사중에서도 메이지신궁이 30년이상 하츠모우데 참배객수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는것도 메이지천황에 대한 일본인들의 애정의 증거가 아닐까? 



(사진출처: いのちの森 http://inochinomori.net/news/%E3%81%84%E3%81%8D%E3%82%82%E3%81%AE%E5%9B%B3%E9%91%91/)


메이지신궁은 도쿄의 금싸라기 땅에 약 70만평방미터 이상(약22만평)의 부지를 차지하고 있는데 국민들이 국내외에서 조달하여 헌정한 365종 약12만그루의 나무로 조성된 숲에 둘러쌓여있다. 인접한 요요기공원(代々木公園)과 더불어 신사로서의 기능뿐 아니라 도심속 쉼터로서의 기능도 톡톡히 하고 있다. 

보통 메이지신궁의 궁은 宮이라는 한자를 쓰는데 정식 명칭은 중간에 세로 획이 없는 宫을 쓴다.

오바마 전 대통령, 부시 전 대통령, 엘리자베스 2세등도 이곳을 방문했었다. 



음.. 각설하고, 차를 세운뒤 무도관과 보물전 방향으로 걸어가자 수많은 노점들과 무대가 눈에 들어왔다. 도쿄 농업제라는 행사였는데 유루캬라(ゆるキャラ, 공공기관이나 특산물따위의 마스코트 캐릭터) 콘테스트가 한창이었다.




인상적인 장식물. 저런건 행사끝나면 행사 관계자들이 나눠가지는 건가?





옆에서는 전통활쏘기를 시연하고 있었다. 이렇게 볼거리가 많은 곳이었구나, 메이지신궁..




메이지신궁의 오오토리이(大鳥居)는 일본 최대의 목조 토리이라고 한다.



입구에는 봉납된 술들이 보인다. 나무통은 프랑스에서 온 와인통들인데 지금은 텅 비어있다고 한다.




이곳은 메이지진구교엔(明治神宮御苑)이라는 정원이다. 유료입장. 입장료는 500엔이다. 혹시 우리처럼 유모차를 가지고 가는 사람은 들어가지 말라고 말리고 싶다. 개고생했다.





이곳은 에도시대에는 다이묘(大名)의 정원으로 사용되었으나 메이지시대에 황실소속이 되었는데 쇼켄 황태후가 이곳의 풍경을 매우 좋아해서 자주 들렀다고 전해진다. 사진속의 건물은 격운정(隔雲亭)이라는 차(tea)방으로 메이지천황이 만들었다고 한다.






중간중간 경치가 좋은 곳도 있었지만 500엔의 가치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11월말이나 12월초쯤 단풍이 들면 확실히 더 멋질 것 같긴하다.




교엔을 찾는 많은 사람들의 목적은 키요마사 우물(清正井)이다. 이곳은 도쿄의 유명한 파워스팟(좋은 기운을 받는곳)으로 유명하다. 연예인등 유명인들이 블로그에 올리면서 더 유명해졌다고 하는데 이 우물의 사진을 찍어서 폰의 대기화면으로 저장해주면 운기가 상승한다는 설이있다. 



이곳을 관리하는 아저씨는 손가락위로 새를 부르는 재주를 가지고 있는데 얼마나 오래 저자리에 계셨길래 저런것이 가능한지 가늠조차 안된다.






  드디어 우리차례... 운기상승을 원하는 분은 이사진을 대기화면으로 사용하시길. 이렇게 교엔관람을 마쳤다.






본전쪽으로 이동했는데 아쉽게도 본전은 동판지붕 교체등을 위해 공사를 하고 있었다.






그 대신 결혼식 행렬을 볼 수 있었다. 메이지신궁정도 되는곳에서 결혼식을 하려면 돈이 많이 들겠지? 금수저들인가?



전국각지에서 봉납된 술과 특산물 구경도 재미가 쏠쏠하다. 과자, 인형, 주스, 잼, 공예품, 물, 미역 등 장르불문이다.



숲을 가로질러 다시 주차장으로 .. 메이지신궁을 둘러보고 하라주쿠 근처를 배회하고 밥도 먹고 왔는데 주차비가 0엔이라니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