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제신랑 투고...)

인도네시아에서 일본으로 돌아온뒤 맞이한 첫 연말. 한국에만 다녀오긴 허전하여 어딘가 한군데를 추가하기로 했다. 아내가 평소부터 대만에 관심이 많았고 나도 학생시절에 대만의 펑후(澎湖)섬에서 보름정도 머문적이 있었는데 워낙 즐겁게 보냈던 기억도 있었기 때문에 목적지는 대만으로 손쉽게 결정. 대만 4박5일 - 한국 6박7일 - 대만 1박2일 일정으로 연말연시를 보내기로 했다. 


대만의 여름과 초가을만 경험했던 나는 대만의 날씨는 도쿄보다 훨씬 따뜻 할 것이라고 설명했고 추운날씨를 싫어하는 아내는 신나했지만 막상 도착해보니 12월하순의 타이페이(台北)의 날씨는 생각만큼 따뜻하지 않았다. 확실히 도쿄보단 따뜻했지만.


우선 대만의 대중교통을 이용하기위한 필수아이템 이지카드(EASY CARD)를 겟했다. 기능은 티머니와 대동소이하니 설명은 생략. 다 사용하고 나면 남은 금액은 각 메트로역 인포메이션 카운터에서 환불을 받을 수 있다. 구매는 역 뿐만아니라 편의점등에서도 가능하다.


대만에 도착해서 점심을 대충 해결하고 이번 여행의 최대목적지인 지우펀(九份)으로 바로 이동해서 첫날을 보내기로 했다.

중샤오푸싱(Zhongxiao Fuxing, 忠孝復興)역 2번출구 근방의 버스정류장에서 1062번버스를 타고 1시간 30분정면 지우펀으로 갈 수 있다. 내리는 곳은 편의점 세븐일레븐이 있는 곳인데 그곳에서 사람들이 우르르 내리므로 어렵지 않게 알아챌 수 있다. 요금은 NT$100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일본과 달리 대만은 한글표기가 거의 없으므로 장소의 이름들을 주의해서 체크해야한다.


숙소에 짐을 풀고 지우펀의 야경구경에 나섰다.




기본적으로 계단을 이용한 이동이 주가 되는 곳이다. 다리가 불편한 사람들은 힘들것 같다..



무엇보다 우선 배가 고팠으므로 눈에 띄는 가게에 바로 들어가 끼니를 해결했다. 식당은 다 거기서 거기처럼 보였고, 주린배를 안고 헤메는건 싫었으니까. 음식은 그냥저냥 먹을만했다.









지우펀은 낮보다는 밤의 풍경이 유명하다. 수많은 홍등들이 밝히는 마을의 풍경이 다른곳에서는 보기힘든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지우펀은 일본의 스튜디오 지브리(スタジオジブリ)의 에니메이션 중에서도 최대 히트작중 하나인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千と千尋の神隠し)의 배경이 되었다는 설이 있어서 더욱 유명해진 마을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설은 해당 에니메이션의 감독인 미야자키 하야오(宮崎駿)에 의해 정식으로 부인되었다. 그럼에도 이 마을의 분위기는 확실히 센과 치히로의 배경을 연상시키는 부분이 있다. 만약 미야자키 하야오감독이 작품구상전에 이곳을 방문한 적이 있다면 알게 모르게 이곳이 영감을 주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산 위에 위치하여 바다를 향해 탁트인 밤의 전망도 볼만하다.

이곳은 대중교통도 빨리 끊기고 상업시설들도 영업시간이 그리 길지 않다. 택시나 렌트카를 이용하지 않는한 이곳의 야경을 제대로 감상하기 위해서는 숙박을 하는 수 밖에 없다. 



다음날 아침, 아직 가게들이 열기전인 이른시간부터 동네산책을 나섰다.













아침의 풍경은 밤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었다. 날이 밝아지고 조명빨이 사라지자 건물의 세월이 느껴지는것 같기고 하다. 

그렇게 얼마간 돌아다녔더니 어느덧 관광객들이 점점 북적이기 시작했다.


이곳의 지명인 지우펀은 한자로 구분(九份). 옛날에 이마을에는 9가구 밖에 없었는데 물건을 사면 아홉집이 나누어 가져서 이러한 이름이 붙었다는 설이있다. 그렇게 대만의 벽촌에 불과하던 지우펀은 19세기말 금 채굴이 개시되며 발전되기 시작하여 일본 식민지시대에 금광지역으로서는 최전성기를 맞이한다. 현재 우리가 보는 마을의 많은 건물이나 계단등도 식민지시절에 만들어 진 것들이다. 대만이 독립될 무렵에는 채굴량이 상당히 줄었고 1971년에 금광이 폐광되자 마을은 급격히 쇠퇴하여 한동안 대만에서는 잊혀진 마을이 되었다고 한다.

대만에서는 언급조차 터부시되던 2.28사건(위키피디아 링크:http://ko.wikipedia.org/wiki/2·28_사건)을 다룬 영화인 비정성시(悲情城市)가 베네치아 국제 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받는 등 작품적으로나 상업적으로나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면서 그 촬영장소 였던 지우펀은 관광지로서 크게 주목 받게된다. 영화에서 비춰진 마치 수 십년간시간이 멈춘듯한 마을의 모습이 젊은 사람을 중심으로 인기를 모으며 1990년대 초에는 지우펀붐이 일어날 정도였다고 한다. 역시 유명관광지의 필수조건은 물리적인 관광자원만이 아니라 그곳에 담긴 컨텐츠에 있는것 같다.

지우펀은 한국사람들에게도 대단히 인기있는 곳인데, 이 지역에서 한국인들에게 관광지로 인기가 있는 예류, 스펀, 진과스, 그리고 이곳 지우펀을 묶어 예스진지라고 부르기도 한다. 꽃보다 할배에서의 등장, 센과 치히로의 배경설도 이곳의 인기를 지피는 요인이 되기도 했다...


사람들이 늘어나기 시작하며 가게들도 하나 둘 문을 열기 시작했다. 전날밤에는 못가본 더 윗쪽까지 올라가 보았다.







360도 모두 사진을 찍고 싶어지는 풍경뿐이다. 밤에는 불빛만 볼 수 있었던 검은 바다도 아침이 되자 시원하게 펼쳐져있었다.



아기자기한 가게, 널브러져 자는 개와 고양이들. 친근한 일상도 눈에 들어온다. 곳곳에 개와 고양이들이 정말 많이 자고 있다.




이것은 기념엽서 자판기. 엽서에 우편가격이 포함되어 있어서 따로 엽서를 붙일 필요가 없고 자판기 바로 옆에 우체통이 있으니 글만 써서 바로 투함하면 된다. 우리부부도 서로에게 하고픈 말을 한마디씩 적어서 일본으로 보냈다. 엽서는 무사히 도착했고 지금도 액자에 넣어져서 거실한켠을 차지하고 있다.




낮시간이 가까워지자 관광객들의 숫자가 눈에 띄게 늘었다. 식사대용으로 걸어다니면서 길거리음식을 맛봤는데 사실 그렇게 맛있다고 느낀 음식은 없었다.



특히 한국인들에게 인기가 높은 지우펀의 땅콩아이스크림. 점내에도 한글과 일본어로 땅콩아이스림롤 이라고 써있다. 땅콩엿 덩어리를 대패로 갈아서 크레이프처럼 얇은 반죽에 얹고 아이스크림을 넣어서 돌돌만 음식이다.




이 역시 그냥 그랬다. 이게 왜 그렇게 유명해졌는지 이해불가.

 


이렇게 지우펀여행을 마치고 진과스(金瓜石)로 이동하기 위해 숙소에서 짐을 찾아 버스정류장으로 이동했다. 마을에서 조금 외곽진곳에 있는 버스정류장에서 바라본 지우펀은 또 다른 모습이었다.


**방문시점은 2015년 12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