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제신랑 투고...)

피렌체에서 버스를 타고 시에나로 가려고 했으나 버스티켓 창구가 문을 닫아버렸다. 대낮인데... 버스회사에도 휴일이 있는 건가. 많은 사람들이 기웃거리다가 결국 버스타기를 포기하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우리도 어쩔 수 없이 기차를 타고 시에나로 왔다. 




피렌체에서 기차로 1시간반이면 시에나 역에 도착한다. 별로 크지 않은 역인데 버스정류장 위치를 알기가 어려워서 좀 고생했다. 사람들에게 물어가며 어찌어찌 버스를 타고 시에나 역사지구 방면으로 갈 수 있었다. 기차역은 시에나 중심부에서 꽤 멀리 떨어져있고 안내가 불충분하다. 2.4유로를 내고 003번 또는 009번 버스를 타야한다. 많은 사람들의 어드바이스대로 역시 피렌체에서 시에나로 갈 때는 기차보다는 버스를 타는 편이 좋을것 같다.




기차와 버스를 타고 낯선마을에서 큰 짐을 끌고 호텔을 찾아가는 길이라 마음속에 불안함이 가시질 않고 있었는데 거리의 예술가와 아이들의 행렬을 보니 불안함이 누그러졌다.




피렌체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의 거리를 따라 우선 짐을 풀기위해 숙소로 향했다.





우리가 묵은곳은 Paradiso Accomodation이란 곳이었는데 이탈리아에서 묵은 숙소중에 가성비면에서 가장 만족한 곳이었다. 



방은 물론 욕실도 상당히 넓어서 좋았다. '내친구의 집은 어디일까' 이탈리아편을 보지않았다면 변기옆에 있는 것이 수동 비데라고는 상상도 못했을것이다. 사용시의 자세도 잘 모르겠고해서 결국 한 번도 사용은 못해봤다.




숙소의 조식은 숙소에서 몇 십미터 떨어진 카페같은 곳에서 할 수 있는데 좀 걸어야하는것이 흠이지만 수 많은 빨과 샌드위치를 마음대로 먹을 수 있다는것도 좋았다.


짐을 풀고 본격적으로 시에나 탐방을 시작.

시에나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두오모에 대해서는 다음 포스팅에서 다루기로 하고 우선 그 외의 것들에 대해 써보겠다.









 확실히 분위기가 피렌체와는 다르다. 시에나는 한때 토스카나의 맹주자리를 놓고 피렌체와 경쟁할 정도로 번성했었다. 그러나 시에나가 피렌체에게 패한 후 피렌체는 시에나가 발전하지 못하도록 견제를 했는데 그중에는 큰 건물을 짓지 못하게 하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 때문에 시에나는 르네상스이전의 중세도시 모습을 많이 가지고 있다. 수 많은 외세의 침략을 받아가면서 이토록 중세의 유적과 예술을 고스란히 보존한 것이 높게 평가받아 시에나 역사지구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기도 했다.





순간 상의탈의한 여자가 창밖을 보고 있는 줄 알고 흠칫했다. 건물주인이 특이한 사람인듯.




 늑대젖을 먹는 로물루스와 레무스의 상은 이탈리아의 건국신화를 표현한다. 시에나의 곳곳에서 늑대상을 볼 수 있는데 이는 이 지역의 전설과 관련이 있다. 

 로마 건국신화에 따르면 로마를 건국한 로물르스는 알바 롱가의 공주인 레아 실비아의 아들이다. 그러나 레아 실비아의 아버지인 왕 누미토르는 동생인 아물리우스에 의해 왕위를 빼앗긴다. 누미토르의 대를 끊으려는 아물리우스에 의해 공주는 신전의 사제가 된다. 그녀의 아름다운 모습에 반한 마르스신과 그녀사이에 쌍둥이가 생기는데 이 아이들이 로물루스와 레무스다. 그들의 존재를 알게된 아물리우스 왕에 의해 쌍둥이는 바구니에 담겨 테베레 강에 버려지게 된다. 바구니는 강을 따라 흘러가다 팔라티움 언덕 근처에 도달했고 그곳을 서성거리던 암컷 늑대가 쌍둥이를 건저서 키우게 된다. 둘은 암컷 늑대의 젖과 딱따구리가 물어다주는 것을 먹으며 성장한다. 훗날 자신들의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된 두 쌍둥이는 아물리우스를 굴복시키고 왕위를 외조부 누이토르에게 돌려주고 새로운 도시를 세우기로 한다. 도시를 건설하는 장소를 두고 두 쌍둥이가 대립하여 결국 전쟁이 일어나는데 이 과정에서 레무스가 사망한다. 결국 로물루스가 원하던 팔라티움 언덕에 도시를 세우는데 이것이 로마이다. 

 죽은 레무스에게는 두 아들이 있었는데 이들이 로마에서 늑대상을 훔쳐서 로물루스를 피해 달아나 새로운 나라를 새웠는데 두 아들중 세니우스의 이름을 따서 새국가의 이름을 시에나라고 했다고 한다. 이러한 전설을 따라 시에나에 늑대상이 많이 만들어진것이다. 그러나 시에나 건국전승은 실제 역사와 연대로 맞지 않아서 지어낸 이야기로 평가받고 있다.







여기가 바로 시에나의 메인광장인 캄포광장. 누가 정한 건지는 모르겠으나 우리나라의 많은 여행기에서 로마의 캄피돌리오 광장, 베네치아의 산 마르코 광장과 함께 이탈리아의 3대 미의 광장 중 하나로 꼽힌다. 우리나라 사람들 3대 ㅇㅇ 참 좋아한다.




캄포광장의 유명 구조물 중 하나인 가이아 분수(Fonte Gaia)에서도 늑대상을 볼 수 있다.





캄포광장에서 가장 눈에 띄는 존재는 역시 푸블리코 궁전(Palazzo Pubblico)이다. 13세기 말에 공화국의 정부건물로 지어졌다.

중세고딕양식의 푸블리코 궁전옆에는 종탑인 만자의 탑(Torre del Mangia)이 있다. 만자(Mangia)는 탑의 첫번째 종지기의 별명에서 따온 것이다. 102m높이의 만자의 탑은 건축당시 중세 이탈리아에서 가장 높은 탑이었고, 현재는 이탈리아에서 2번째로 높은 탑이다. 탑의 높이는 시에나 대성당과 똑같은데 이는 의회와 교회가 동등한 지위를 가지고 있음을 상징한다.




만자의 탑을 올라가면 캄포광장과 시에나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캄포광장을 감싸는 부채꼴의 장식은 9개의 구획으로 나눠져있음을 알 수 있다. 9구획은 ‘9인 위원회’에 의한 통치를 의미한다. 9인 위원회가 통치하던 13~14세기는 시에나의 전성기로 이곳의 주요 건축물들도 이 시기에 만들어졌다.

또한 ‘몬티 페르티 전투’에서 피렌체 연합군에 기적적으로 승리한것을 신께 감사드리며 시에나 도시 전체를 성모마리아에게 봉헌했는데, 캄포광장이 부채꼴의 바닥 모양을 한 것은 성모마리아의 망토를 펼친 모양을 표현하기 위함이다.



(사진출처: http://www.hotelsienaborgogrondaie.com/palio-siena-where-to-buy-tickets/)


이곳 광장에서는 유명한 팔리오(Palio) 경기가 7월2일과 8월16일에 개최된다. 팔리오 경주가 있는 날 이 근처에서 숙박하려면 최소 2~3개월 전에는 숙소를 예약해야 한다. 시에나시의 17개 구(Contrada)에서 10개 구역이 경주에 참여한다. 참여하지 못한 7개 구는 다음해의 출전이 보장되고, 남은 3자리는 추첨을 통해 결정된다.




시에나 시민들은 자신의 콘트라다에 굉장히 강한 애착과 소속감을 가지고 있는듯 하다. 콘트라다 별로 강력한 커뮤니티들이 존재하고 이곳의 사람들은 어릴때부터 콘트라다 안과 밖에서 어떻게 다르게 행동해야하는지를 교육받는다고 한다.



각각의 콘트라다는 유니콘, 드래곤, 거북이, 코끼리 같은 상징물이 있는데 마을 곳곳에서 콘트라다의 상징물을 볼 수 있다. 이곳의 상징물은 푸마 인듯하다.



 캄포광장에서 조금만 외곽쪽으로 걸어나가면 살림베니 광장(Piazza Salimbeni) 이 나온다. 

 이 광장을 ㄷ자 형태로 둘러싼 고딕양식의 건물중 석상의 뒤에 있는 건물이 살림베니 궁전인데(Palazzo Salimbeni) 이곳에 방카 몬테 데이 파스키 디 시에나(Banca Monte dei Paschi di Siena, 줄여서 BMPS) 라고 하는 은행의 본점이있다. 이 은행의 시초가 된 Mount of Piety는 1472년에 탄생해서 수 차례의 인수 합병을 거쳐 지금까지 영업중이다. BMPS는 현존하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은행이며 세계적으로 2,000개이상의 지점을 갖고 있는 이탈리아에서 네 번째로 큰 상업은행이다.

 광장의 석상은Sallustio Bandini라는 시에나의 18세기에 활동한 유명한 경제학자이자 정치가였던 사람인데 자유무역의 필요성을 제창했다고 한다. 죽기전에 그가 가지고 있던 도서관을 시에나 대학에 기증했고 그의 사후 1세기가 지나 BMPS의 의뢰로 석상이 제작되었다고 한다.










시에나 역사지구는 딱히 여행책자를 보지 않고 막 돌아다녀도 골목길 하나하나가 예술이다. 발길 닫는곳마다 멋진 건축물과 유적들이 있다. 피렌체에 머무르는 한국사람들은 시에나를 당일치기 코스로 많이 가는것 같은데 당일치기를 하기엔 시에나에는 볼거리가 너무 많다. 적어도 1박은 하고 가기를 권한다.

시에나 여행의 백미인 시에나 두오모에 대해서는 다음 포스팅에서 다루도록 하겠다. 



**방문시점은 2016년 5월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