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제신랑 투고…)


 홍콩 구룡반도의 북서부, 중국 광둥성(广东省) 선전(深圳)에서도 상당히 가까운 윈롱(元朗)은 홍콩에서 옛 전통 양식의 건물들이 가장 잘 보존되어 있는 마을이다. 이곳에서 볼 수 있는 것은 주로 12세기 원나라 후반에 대륙에서 홍콩에 건너와 정착한 부족들의 유적인데 우리나라로 치면 고려시대에 해당하는 시기이다.

 이러한 유산들이 이어져서 형성된것이 바로 핑샨 헤리티지 트레일(屏山文物徑)은 이처럼 윈롱 일대 곳곳에 흩어져 있는 역사의 유산들을 이어서 만든 트레킹 코스다. 우리 부부 모두 근대사 이외의 홍콩역사는 거의 알지 못하는 만큼, 핑샨 헤리티지 트레일은 홍콩에서 꼭 가봐야 할 곳으로 정해놓고 있었다. 한국사람들이 별로 방문하지 않는 장소라는 것도 매력적이었다.



 MTR 웨스트 레일 라인을 타고 윈롱역에서 내린 다음, 바로 근처에 있는 경전철(LRT)을 타고, 20분정도면 핑샨에 도착! 홍콩의 익숙한 대도시 풍경이 아닌 시골느낌 물씬이다. 홍콩에도 이런곳이 있구나.



핑샨을 품고 있는 항메이추엔(坑尾村) 마을.

 이곳에서 틴수이와이(天水圍)까지 약 1시간정도의 트레일 코스를 걷게된다. 우리와는 반대방향으로 움직일 수도 있는데 이 경우에는 MRT 틴수이와이에서 내려서 트레일 코스를 시작하면 되겠다.




 곳곳에 트레일 표지판이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구글맵에 의존해서 움직였다. 언어의 장벽이 있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이곳 현지주민들은 이러한 트레일이 형성되어 있다는 인식조차 없어서 길을 물어봐도 크게 도움이 안 될 가능성이 높다.



 이곳에서 처음으로 만난 유적은 훙싱사원(洪聖宮).

 당나라 때의 광둥지방의 관리였던 훙싱예(洪聖瞖)란 사람이 천문학에 정통하여 어부들에게 정확한 날씨를 알려주었다한다. 그가 후세에 어부들에게 신으로 숭배되어 만들어진 중 하나가 바로 이 사원이다. 1767년에 지어졌다고 한다.



 훙싱사원을 지나서 조금만 전진하면 쿤팅서실(覲廷書室)을 만나게 된다. 윈롱 지역의 명문가였던 등씨 가문의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곳이었다고 한다. 11세기에 이 지역에 정착하여 명문가로 성장한 등씨가문은 청나라로 부터 세습행정관직을 하사받았다고 한다.

 두개의 홀이 있고 안쪽에 정원이 있는 구조로 내부 디자인에 섬세함이 돋보인다.





 이때는 조제뱃속에 있던 빈이가 어느덧 쑥쑥 자라서 이제 엄마아빠를 매일 웃고 울게하고 있다.





 쿤팅서실 바로 옆에는 칭슈힌(淸暑軒)이라는 숙소가 있는데 학자들이나 중요 방문객들을 위한 게스트하우스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주방 설비나 도구같은 것도 일부 남아있어서 숙소로 이용되던 당시의 모습을  느낄 수 있다.






 쿤팅서실을 지나 조금 더 걸어가면, 등씨 가문의 조상들을 모신 종갓집 사당, 등씨종사(鄧氏宗祠)가 있다. 등씨종사는 700년 이상의 역사가 있는 건물로 이 지역의 유적들 중에 가장 아름다운 것으로 손꼽힌다. 홍콩에 있는 다른 사당이나 오래된 유적과 비교하면 그 규모도 상당하다.

 (물론 중국 본토의 그것들에 비할 바는 아니다.)




 등씨종사 바로 오른쪽에 있는것은 유키우 사당(兪喬二公祠). 등씨 11대조 조상인 등세현과 등세소 형제를 모신 사당이라고 한다. 사당의 이름은 한자로 ‘유교이공사’ 라는 이름인데 등세현, 등세소 형제의 호가 각각 '유성'과 '교림'이라서 한자씩 따와서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등씨종사를 복붙 해놓은것 마냥 같은 구조를 가지고 있다.

 젊은(어린?) 사람들에게 학문을 가르치던 곳으로 마을의 서당과 같은 역할을 했다고 한다.



 이 작은 사원은 양하우 사원(楊侯古廟)이다. 이곳에 봉헌된 신은 하우웡이라고 하는데 하우웡은 송나라 마지막 황제가 적을 피해 구룡으로 피신하는 데 도움을 준 중국 장수가 신격화된 것인듯 하다. 건립연도는 불명으로 수백년 전에 만들어졌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양하우사원을 지나서 전진하다보면 셩청와이 성벽촌(上璋圍)과 마주하게 된다.

 이 성벽은 200년전즈음에 건설되었는데, 옛날 이 지역 사람들은 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돌로된 성벽 안에 오밀조밀하게 집을 짓고 모여 살았다고 하는데 현재도 그 외형을 허물지 않고 성벽안에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다. 문화유적이지만 실제로 사람들이 살고 있는 곳이다.



 셩청와이 아래에는 셩청와이 성벽촌 아래에는 마을과 각 가정을 지켜준다고 알려진, 마을에서 '쉬쿵'이라고 부르는 대지의 신을 모신 토지신단(土地神團)이 있다.



 신단을 지나서 조금 더 전진해서 저수지가 보이면 그 근처에는...


 트레일의 마지막 포인트인 초이씽라우 탑(聚星樓)이 나타난다. 약 600여 년 전 등씨가문의7대손이 지은 탑으로 “별들이 모이는 탑”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3층 탑의 꼭대기에는 위대한 별을 상징하는 여신상이 모셔져 있다. 이것은 홍콩에서 가장 오래된 탑이자 홍콩에 남아있는 유일한 중국식 전탑으로 원래는 푸른색 벽돌로 지은 육각형 모양의 5층 전탑이었는데 자연재해로 유실되고 현재는 3층만 남아있다.


이렇게 핑샨 헤리티지 트레일 탐방을 마쳤다. 이곳을 지나서 큰길로 나가면 틴수이와이 역이 나온다.


 오래된 벽돌 기와집, 사원, 탑, 성벽촌까지 현재의 화려한 홍콩이 아닌 중국의 변방지역으로써의 옛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홍콩도심에서 1시간정도 벗어나서 색다른 홍콩의 모습을 만나보는 것도 가치있지 않을까. 중국특유의 거대하고 웅장한 유적을 볼 수있는 것도 아니고 대단하게 먹거리가 있는 곳도 아니지만 가끔은 이런 여행도 좋다.


** 방문시점은 2016년 12월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