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제신랑 투고…)



다음날은 아침 일찍부터 숙소를 나서서 아침식사를 했다. 설렁설렁 산책도 좀 하고 나서, 일명 마약쿠키로 유명한 제니베이커리(Jenny bakery)의 쿠키를 사러갔다.



 약간 알기어려운 위치라서 살짝 헤메었지만 가게앞에 많은 사람들이 오픈시간을 기다리며 서있었기 때문에 그리 어렵지 않게 가게를 찾을 수 있었다.



 잘 기억이 나질 않는데 아마도 믹스 버터쿠키를 시켰던것 같다. 나름 귀여운 케이스에 쿠키가 가득 담겨서 나온다.

 결제는 오로지 현금만 가능.



 숙소로 돌아가서 바로 하나를 까서 시식해봤다. 음.. 버터링 쿠키에 전지분유 좀 섞은듯한 맛? Walkers의 숏브래드에 싸구려 재료를 첨가해서 좀 망쳐놓은 듯한 맛이다. 나는 그리 미각이 섬세하지 못한 편으로 음식에 대해서는 대체로 관대한데 마약쿠키의 경우 인터넷에서 너무나 과대평가된 경우라고 생각된다. 강력하게 비추한다. 이 가격이면 마약쿠키보다 맛있는건 세상에 널렸다. 기대했던 마약쿠키였는데… 대단히 실망스럽게 하루를 시작해야했다.





 실망스런 마음을 추스리고 홍콩섬구경에 나섰다. 우선 골동품 거리로 유명한 헐리우드로드를 산책하듯 구경했다. 학생시절 혼자 여행왔을때 이곳을 걸었던 기억이 새록새록 했다.




 우리 흰둥이랑 같은 차종! 외국에선 은근 많이 보는 차종인데 한국에선 유독 보기 힘들다.



 이곳에서 첫 번째 목적지로 삼은 곳은 홍콩섬을 대표하는 도교사원, 만모사원(文武廟)이었다. 홍콩의 다른 곳에도 만모사원들이 있지만 가장 유명하고 큰 곳이 이곳 셩완에 위치한 만모사원이다. 만모라는 광둥어는 한자로 문(文)무(武)를 뜻한다. 문제 (文帝=문창제)와 관제(武帝=관우)를 모시고 있다.

 1847년 건립된 사원으로 홍콩에 존재하는 유적들 가운데서는 상당히 오래된 것이다. 



 관우를 상징하는 청룡언월도.






 천정에 매달린 나선형 삼각뿔모양 향대들이 아주 인상적이다. 만모사원 바깥은 일상은 365일 정신없도록 바쁘게 돌아가는 상업지구와 금융회사 밀집지역인데, 향으로 가득한 만모사원안은 그곳들과는 전혀 다른 세상인듯 조용하기 그지없다.

 돈을 지불하면 자신의 소원을 적어서 향을 피울 수 있는데 향은 사나흘정도 탄다고 한다.

 만모사원은 오전8시부터 오후6시까지 열려있다.



 다음으로 향한곳은 센트럴-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 MTR 센트럴역 C출구 쪽 IFC몰과 연결되어있다.

 배트맨 다크나이트, 중경삼림 및 수많은 홍콩영화의 촬영지로 사용되었고 우리나라 예능프로에도 등장하는 등 미디어를 홍콩을 방문한적이 없더라고 미디어를 통해 친숙한 장소이다.

 에스컬레이터 자체가 계속 이어져있는것은 아니고 18개의 에스컬레이터와 3개의 기울어진 무빙워크로 구성되어 있다. 덕분에 각 지점에서 내리고 탈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전체를 하나의 에스컬레이터 시스템으로 보자면 길이 약 800m, 높이 약135m인데 이는 세계에서 가장 긴 옥외 에스컬레이터 시스템으로 기네스북에도 등재되었다.




 매일 약 8만명이 이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하고 있다고 한다.

걷지않고 탑승하면 총 20분정도가 소요된다. 현지의 에티켓으로 서 있는 사람은 오른쪽, 걷는사람은 왼쪽으로 통행하는듯 하다.

 24시간 운행이 아닐뿐더러 시간에 따라 운행방향이 바뀌므로 이용에 차질이 없도록 하자. 아침 출근시간(06:00~10:00)에는 에스컬레이터가 위에서 아래로 움직이고, 10:20~24:00는 아래에서 위로 올라간다. 이는 미드레벨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생활패턴에 맞춰진 것이다. 에스컬레이터와 반대방향으로 이동할 경우에는 에스컬레이터 옆에 있는 총 782단의 계단을 이용해야한다.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는 센트럴 지역과 미드레벨 지역의 연결을 강화하기 위해 1993년에 만들어졌는데 지금은 단순한 이동수단을 넘어 많은 관광객을 끌어모으는 지역의 랜드마크로써 자리잡았다. 관광객 입장에서는 홍콩시민들의 바쁜 일상의 단면을 구경할 수 있는 창구일 뿐아니라 센트럴의 마천루와 언덕배기의 작은 길들을 잇는 에스컬레이터의 루트는 상당히 매력적이다.




 다음으로 향한곳은 천장지구의 촬영장소로도 유명한 더들스트리트(都爹利街). 100년이상된 석조계단과 전기가 아닌 가스로 불을 밝히는 가스등이 유명한 곳이다. 가로등 형태의 가스등을 (그렇게 인지하고) 보는 것은 두 번째였다. 첫 번째로 본 것은 도쿄가스의 네기시(根岸) LNG기지였는데 이곳의 가스등은 보여주기 목적으로 설치된 가로등이었으니 실제 생활속에서 사용되는 것을 본 것은 이곳 더들 스트리트의 가로등이 처음이다.

 제조한지 100년가까이 된, 홍콩에 마지막 남은 4개의 가스등.. 모르고 보면 별 것도 아닌 가로등인데 가스등이라고 생각하고 바라보면 뭔가 따뜻하게 느껴진다. 이런것이 스토리텔링의 힘인가.





 이곳 돌계단 곁에는 유명한 스타벅스 컨셉스토어가 있다.

 이곳의 컨셉은 빙셧(冰室). 빙셧의 한자의 우리말 독음은 빙실, 즉 얼음방이라는 건데.. 이는 중국 광동지역에 1950~60년대에 성행했던 카페 스타일을 뜻한다. 고풍스런 가구와 세팅, 타일바닥, 천정에 매달린 선풍기 등이 대표적인 빙셧의 이미지이다. 경양식, 디저트, 팥빙수, 드링크 따위를 제공하며 보통은 고객의 상당수가 단골고객들로 채워지는 형태. 지금도 일부 명맥을 유지하고 있으나 대부분은 사라졌다고 한다.

 더들스트리트의 스벅으로 들어가면 입구 쪽은 일반적인 스벅의 모습이고, 안쪽으로 들어가면 빙셧 컨셉으로 꾸며져있다.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그리 대단할 것도 없는 컨셉스토어 일지도 모르겠지만 요런 소소한 즐거움이 여행의 만족도를 높여주는것 같다.


** 방문시점은 2016년 12월입니다. **